국제

퍼플잡’이 일자리를 늘린다] 주3일 근무·주말 근무… 네덜란드서 풀타임

푸른물 2010. 8. 7. 06:16

퍼플잡’이 일자리를 늘린다] 주3일 근무·주말 근무… 네덜란드서 풀타임 근무는 40%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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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8.06 02:58 / 수정 : 2010.08.06 12:01

[‘퍼플잡’이 일자리를 늘린다] <上> '정규직 시간제 근무자의 천국' 유럽
파트타이머라고 승진·교육 불이익 없어 정규·비정규 이분법 넘어 더 많은 일자리 창출

나라마다 일자리 창출은 최대의 고민거리다.

일자리 만들기는 기존의 발상으로 쉽게 극복하기 힘든 난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본지는 여성가족부와 함께 정규직·비정규직이라는 이분법적 고용체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고용형태를 도입하고 있는 유럽 현장을 찾았다.

우리와는 실정이 다른 측면도 있지만, '정규직 파트타임제' '주 3~4일 근무제' 등은 저출산 해결과 일자리 만들기를 고민 중인 우리가 검토해볼 만한 제도인 것 같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세계적 에너지 기업인 셸(SHELL) 본사. 노사담당(ER) 매니저인 쿠스케 알베르다(32·Alberda)씨는 매주 월·화·목요일에만 출근한다. 그렇다고 그가 비정규직 직원인 것은 아니다. 우리에겐 생소한 '정규직 파트타이머'다. 자녀 둘을 둔 알베르다씨는 수·금요일과 주말엔 아이들을 돌본다. 워낙 인건비가 높고, 사람 구하기도 힘들어 '보모'는 엄두도 못 낸다. '아이는 엄마가 봐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어린이집에 일주일 내내 맡겨두기도 쉽지 않다. 그런 알베르다씨에게 '주3일제'는 일과 가정을 함께 챙길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그가 집에 있는 수·금요일은 또 다른 직원이 '정규직 파트타이머'로 일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응용과학연구소(TNO)의 연구실. 월요일 오전 10시쯤인데도 주3~4일제 근무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자리의 20% 이상이 비어 있었다. /김경화 기자 peace@chosun.com
알베르다씨는 "일주일에 3일 근무하는 동안만큼은 최대의 업무성과를 내려고 노력한다"며 "아이들이 자라고 여유가 생기면 회사에 요청해 주5일 근무로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임원까지 도전할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알베르다씨의 빈틈을 메워주는 정규직 파트타이머를 한 명 더 고용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한 가지 일에 두 명을 고용해 부담이 아닐까. 셸의 인사담당 반 데르 헤이제(Heije)씨는 "2명의 머리가 모이면 아이디어가 풍부해져 오히려 업무에 활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정규직 파트타이머의 천국

정규직(풀타임 근무)이냐, 비정규직(파트타임 근무)이냐. 우리는 이런 이분법에 젖어 있다. 하지만 네덜란드에서는 이런 이분법이 오히려 생소하다. 암스테르담대학 노동연구원의 '한국인 연구원'인 정희정 박사는 "재택근무는 기본이고, 주 3~4일 근무, 시차출근제, 심지어 주말 근무까지 온갖 근무 형태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이 네덜란드"라며 "고용주와 직원 간의 계약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근무가 존재하면서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의 로레알 본사에서 인력 담당 매니저로 일하는 투제씨. 4세·6세인 두 아이를 두고 있는 투제씨는 지난 3월부터 초등학교가 쉬는 수요일에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김경화 기자 peace@chosun.com
저출산·고령화를 우리보다 먼저 겪고 있는 서유럽에서는 유연근무 체계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야말로 '근무 혁명'이 진행 중이다. 셸은 여성 직원의 21%, 남성 직원의 8%가 알베르다씨처럼 '정규직 파트타이머'로 일하고 있다.

헤이제씨는 "최근에는 모바일 기술의 발달로 텔레워킹(원격근무)도 활발해지고 있다"며 "사내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해 전 세계의 셸 지사와 동시 작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파트타임제를 1970~1980년대엔 여성인력 활용 차원에서, 1982년부터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활성화했다. 이후 1996년엔 '파트타임근로자 동등처우법'을 통해 파트타이머들을 훈련·승진 기회에서 차별하지 않을 것을 명시했고, 2000년엔 노동시간조정법을 만들어 근로자의 필요에 따라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줄이거나 늘릴 수 있도록 했다.

◆저출산 넘고 일자리 만들어

파트타이머가 많으면 고용시장이 불안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네덜란드는 그렇지 않다. 네덜란드에서 풀타임(36시간)으로 일하는 근로자는 40%에 불과하다. 열 명 중 여섯 명(59%)이 주당 36시간보다 적게 일한다. 주당 28~36시간 일하는 경우가 26%로 가장 많았다(네덜란드 응용과학연구소·2009년).

네덜란드 응용과학연구소(TNO) '삶의 질(Quality of Life)' 부문 존 클라인(Klien) 선임연구원은 "저출산 시대에 정규직 파트타이머는 또 다른 국가 경쟁력"이라며 "파트타임제 활성화로 일자리가 많이 생겨났고, 더욱이 집안에 있던 여성들을 밖으로 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1970년대 20% 선에서 2008년 70%선까지 빠르게 상승했다.

유연근무제는 여성만의 권한이 아니다. 2009년 현재 여성 근로자의 73%가 파트타이머로 일하고, 남성 근로자의 19%가 파트타이머다. 암스테르담 동구청에서 일하는 제론 옥커스(33·Ockers)씨는 5년 전 공무원이 될 때 고용계약을 맺으며 '파트타임'으로 일하기로 결정했다. 옥커스씨는 "계약을 맺을 때 회사에서 '풀타임으로 일할 것인지 파트타임으로 일할 것인지'를 물었고, 돈을 더 버는 것보다는 삶의 질을 택했다"고 말했다. 옥커스씨는 일주일에 4일, 32시간만 근무하지만, 그의 부인은 풀타임으로 일한다. 옥커스씨가 일하는 팀 직원 20명 중 40% 정도가 파트타임으로 근무한다. 최근 남성 동료는 '육아'를 이유로 주 3일 근무로 전환하기도 했다.

파트타임 근무 때문에 업무의 연속성이 끊어진다든지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클라인 연구원은 "프로젝트별로 업무평가를 한다든지, 직원들의 수요를 면밀히 분석해 퍼즐 맞추듯이 업무배치를 하는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2008년 네덜란드 항공사 KLM에서는 50세 이상 기능공들이 과로에 시달린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응용연구소는 근로자 상담과 욕구 분석을 통해 "청년층의 업무시간을 늘리고, 장년층의 업무부담을 줄이라"고 제안해 양쪽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