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마음의 열쇠 ‘기증’으로 소통하다
■ 서울 쇳대박물관, 내달 23일까지 각계인사 기증품 전시
《헬스클럽 열쇠부터 조선시대 빗장, 모로코의 족쇄까지. 가수 영화감독 시인부터 4성 장군까지.기증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 쇳대박물관에서 8월 23일까지 열리는 기증유물전 ‘소통’. 각계 인사 89명이 기증한 문화재와 창작품 등 160여 점을 전시한다. 폭넓은 인맥을 지닌 최홍규 쇳대박물관장이 2003년 박물관 개관 이후부터 최근까지 지인들로부터 기증받은 것. 기증품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쇳대(열쇠의 방언)다.》
이번 전시는 기증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춰 기증자 가운데 36명의 사연을 담은 영상물도 상영한다. 쇳대박물관의 로고 글씨를 써 준 법정 스님은 생전에 사용하던 조선시대 자물쇠를 기증하면서 자물쇠의 내력을 적은 메모지까지 내놓았다. 최 관장은 “스님의 꼼꼼하고 정확한 성격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요즘의 일상적인 열쇠를 기증한 사람도 있다. 가수 이문세 씨는 오랫동안 이용했던 헬스클럽 열쇠를 기증했다. 최 관장은 “이문세 씨가 ‘나의 건강을 지켜준 것이니 쇳대박물관의 건강을 지켜줄 것’이라고 말하면서 기증했다”고 전했다. 김종규 이사장은 부산 조선비치호텔의 열쇠패를 기증했다.
열쇠 이외의 기증품도 눈길을 끈다. 김성구 샘터 대표는 열쇠 대신 월간지 ‘샘터’ 창간호를 기증했다. 쇳대박물관을 설계한 건축가 승효상 씨는 중국인에게서 기증받은 청나라 때의 휴대용 독서대를 내놓았다. 기증품 중에는 이란 미얀마 튀니지 인도네시아 네팔 스리랑카 중국 등에서 지인들이 수집해 기증한 자물쇠도 적지 않다. 세계 여러 나라의 자물쇠를 비교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인 셈. 미술품 컬렉터인 이상준 대표는 거북 모양 자물쇠를 기증하면서 이런 글을 써서 함께 전달했다. ‘내가 애지중지하는 애장품이지만 내 곁에 있어야 함보다는 만인에게 보여 기쁨과 희망을 주고 꿈을 나누어야 세상이 아름답지 않은가.’ 조선 빗장부터 호텔 열쇠까지 가수-화가-4성장군 등 ‘선뜻’ 기증 얽힌 사연 소개 동영상도
시인 박노해 씨가 기증한 시 ‘쇳대들의 이야기’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우리들 옛 마음씨가 이러하리라/…/엄정하고 다정한 쇳대들처럼/…/욕심이라면 차갑지만 나누면 따뜻한 것/소중히 살려쓰라 쇳대로 잠그는 것’ 02-766-6494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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