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봄이 오면 하염없이 울지요
《꽃이 피는 계절이지만 회사원 김성준(38·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씨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김 씨는 3, 4월이 되면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재채기와 콧물 때문에 괴롭다. 눈이 가렵더니 눈물이 흐르고 벌겋게 되는 결막염까지 생겼다. 김 씨는 “하얀 솜처럼 날아다니는 꽃씨 때문에 외출하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이혜란 한림대 의대 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3∼5월, 8, 9월에 특히 꽃가루가 많이 날리므로 외출할 때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흰 솜털은 알레르기와 상관 없어 꽃가루는 번식을 위해 꽃에서 만들어지는 15∼75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 분의 1m) 크기의 작은 입자다. 사람의 기관지의 지름은 5μm보다 작다. 이보다 큰 꽃가루가 우리 몸에 들어오면 눈, 코, 구강 점막에 부딪쳐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킨다. 꽃가루는 콧물, 재채기, 코막힘, 가려움증, 눈물,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알레르기 비염을 일으키거나 결막염 천식 등을 유발한다. 꽃가루 중에서 약 10%만이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주로 꽃가루가 가벼워서 바람에 날리는 풍매화(風媒花) 종류가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식물로는 오리나무 자작나무 느릅나무 소나무 버드나무 측백나무 단풍나무 등이 꼽힌다. 오재원 한양대 의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봄철에 날리는 흰 솜털 같은 것을 꽃가루라고 오해하는데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과는 상관없다”면서 “이는 버드나무나 포플러나무의 꽃씨에 붙어 있는 털일 뿐 꽃가루가 아니다”고 말했다. 계절과 지역에 따라 날리는 꽃가루가 다르다. 4월까지는 오리나무 꽃가루가 많이 날린다. 경기와 강원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며 서울에는 북한산 우면산 청계산 부근에서 많이 생긴다. 참나무 꽃가루는 5월 초까지 나타나며 중부 지역에서 많이 날린다. 소나무는 4, 5월 전국에 걸쳐 많은 양의 꽃가루를 만들지만 알레르기를 덜 일으킨다. 늦봄과 여름에는 주로 잔디와 목초의 꽃가루가 유행하고 가을에는 돼지풀 등 잡초 꽃가루가 많이 날린다. ○ 인터넷서 꽃가루 농도 확인할 수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는 바람을 타고 아주 먼 곳까지 퍼진다. 꽃가루가 날리는 봄철에는 어디를 가도 이를 피하기는 힘들다.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날에는 알레르기 비염이나 천식 환자는 되도록 외출을 삼가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안경 스카프 마스크 등을 이용해 노출 부위를 최대한 줄인다. 꽃가루는 해가 뜬 직후부터 오전 9시까지 많이 날린다. 또 비가 오면 줄었다가 맑고 바람 부는 날은 심해진다. 외출 후에는 꼭 옷을 털고 세수와 양치질을 한다. 바람이 강한 날에는 꽃가루가 많이 날리므로 창문을 열지 않는다. 빨래나 침구류도 밖에 널어 말리는 것을 피한다. 운전 중에도 문을 열지 않도록 하고 환기구를 닫아 외부에서 꽃가루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면 가려움증을 가라앉혀 주는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며 천식 환자는 흡입용 천식약제를 사용한다. 외출 전 꽃가루 농도를 체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한 소아알레르기 호흡기학회에서 운영하는 ‘꽃가루예보 사이트’(www.pollen.or.kr)를 통해 꽃가루 농도를 미리 알 수 있다. 꽃가루 농도는 m³당 측정되는 꽃가루 입자 수를 나타낸다. 14 이하면 꽃가루 날림이 ‘미약’한 상태로 알레르기가 심한 환자에서만 증상이 나타난다. 15∼99는 ‘조심’으로 분류되며 대다수 알레르기 환자에게서 증상이 나타난다, 100 이상은 알레르기 증상이 약한 사람에서도 증상이 나타나는 ‘위험’ 상태다. 500 이상은 ‘매우 위험’으로 분류돼 거의 모든 알레르기 환자에게서 증상이 나타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꽃가루 알레르기 예방 10계명▼ ① 꽃가루가 심하게 날리는 시기에는 실외 활동을 줄인다. ② 창문을 닫고 가능하면 공기정화기를 틀어 놓는다. ③ 외출 시 안경, 마스크를 착용한다. ④ 운전 중에는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가동한다. ⑤ 귀가 시 옷을 털고 손을 씻은 후 실내로 들어온다. ⑥ 낮에는 침대를 천으로 덮어 놓는다. ⑦ 빨래를 밖에 널지 않는다. ⑧ 알레르기 증세가 있는 환자는 잔디 등 풀을 깎지 않는다. ⑨ 저녁에는 샤워를 한 후 잠자리에 든다. ⑩ 꽃가루가 유행인 지역으로의 여행을 삼간다. 자료: 한림대 의대 구리병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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