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청소년 엽기 살인사건 현장검증
"아이들 싸움 빈번했지만 누구하나 아무 말 못붙여"
23일 오후 1시 낡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주택가에 검은 모자와 후드 티를 덮어쓴 정모(16)군과 최모(16)양 등 10대 남녀 청소년 6명이 경찰 차량에서 내렸다. 승용차 2대가 마주 지나가기 힘들 만큼 좁은 골목길에 들어선 이들은 좁고 가파른 계단을 따라 최양의 집에 들어섰다. 이들은 자신들을 험담했다는 이유로 친구 김모(16)양을 4일 동안 집에 가둬놓고 때려 숨지게 한 뒤, 지난 13일 새벽 김양 시신을 모포에 싸서 바로 이 계단에 끌어내렸다.사건 발생 10일 만에 현장을 찾은 이들은 고개를 숙인 채 집안으로 들어갔다. 낮 시간이었음에도 주민들을 보기 힘들 만큼 동네는 인적이 드물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서울 마포경찰서가 비공개로 진행한 이날 현장 검증에는 20여명 주민들이 멀찍이서 이들을 묵묵히 바라봤다.
- ▲ 자신들을 험담했다는 이유로 친구를 집에 가둬놓고 폭행해 숨지게 한 다음, 시신을 한강에 버린 혐의로 붙잡힌 10대 청소년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사건 현장에서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현장검증은 정군과 안모(16)양 등 3명이 최양의 집에서 김양을 폭행해 숨지게 한 상황을 재연한 뒤, 양화대교 북단으로 이동해 모포로 둘러싼 마네킹을 한강에 던지는 것으로 3시간여 만에 끝이 났다.
결손가정 출신의 이들은 가족의 관심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4일 동안 사건이 벌어졌던 최양의 집은 빈집 상태였다. 도배일을 하는 최양 부모가 지방을 자주 다녀 한 달 이상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가출이 잦았던 피해자 김양 역시 사건이 벌어지기 이틀 전인 지난 7일 이미 집을 나왔지만 부모는 김양을 찾지 않았다.
경찰은 "가해 청소년들이 경찰에 입건된 뒤에도 경찰서로 찾아오는 사람은 부모가 아닌 할머니나 누나 등이 많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