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유족들 참여연대 서한에 분통 터져요”
■ 안보성금 1억 기탁한 故민평기 상사 어머니 인터뷰 “우리 영토 침범하는 자 응징하는데 이돈 써주세요” 청와대에 편지-성금 전달
기자가 성금 얘기를 꺼내자 “너무 조금이고 미안혀. 잘난 척하려고 한 것은 아니니까, 여론에 부치지 마(보도하지 마)”라고 말했다. 윤 씨가 ‘자식새끼 하나 지키지 못한 죄 많은 어미’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성금과 함께 남겼다는 메모에는 그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은산면사무소에서 차량으로 5분 거리인 윤 씨 집은 농촌주택치고는 비교적 깔끔한 양옥이었지만 1억 원을 성금으로 선뜻 낼 형편은 아닌 듯했다. 신록을 더해가는 주변 논과 밭, 소를 앞세우고 논두렁을 걷는 농부…. 금공리는 한가롭고 평화로웠지만 윤 씨 가슴에는 또다시 격랑이 일고 있었다. 아들을 잃어 허망한 가슴에 일부 인사와 단체들이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끊임없이 돌팔매질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천안함 유족 대표들이 시민단체 찾아간다는 것 알았으면 어제 청와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남아서 나도 참여했을 거여. 그 사람들한테 ‘이북으로 넘어가 살라’고 소리쳤을 텐디. 정말 분통이 터져….” 이런 얘기를 하다 보면 또다시 하염없이 아들 생각이 떠오른다. 천안함 출항 전날 아들이 걸어온 전화는 이생의 마지막 목소리였다. “진급하려면 어쩔 수 없이 6개월은 더 배를 타야 해요. 군인은 진급이 생명이잖아요. 어머니 걱정하시지 않도록 다음부터는 절대로 배 타지 않을게요.” 아들은 군생활로 참 바쁜 나날을 지냈다. 설이나 추석 등 명절에 같이 차례를 지내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이 생에서의 마지막 만남에서도 허둥지둥 떠나보내야 했다. “지난해 여름인가 싶은데, 아들이 업무 차 주변에 왔다가 집에 들렀지. 거실로 막 들어서려다 비상상황이 발생했다고 그대로 가버렸어….” 윤 씨는 아들을 떠나보낸 뒤 하루 종일 뙤약볕이 내리쬐는 논밭에서 자신을 괴롭히듯이 일을 하며 지낸다고 했다. 방안에 있으면 자꾸 아들 생각이 나고 배를 타지 못하도록 말리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자식 죽여 놓고 편안히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불뚝불뚝 들지. 이렇게 살아서 입 벌리는 것도 미안하지만 그 사람들 말 들으면 정신병원에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 분통이 터져….” 윤 씨는 4월 29일 천안함 희생자 영결식장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에게 “의원님, 북한에 왜 퍼주십니까”라고 항의하는 장면이 TV에 생중계돼 눈길을 끌었다. 그는 본래는 강 대표가 아니라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당시 민주당 최고의원)에게 항의할 생각이었다고 털어놨다. “송 의원이 국회에서 연설할 때 이명박 정부가 쌀을 북한에 지원하지 않아서 천안함 사건이 벌어졌다는 식으로 발언했죠.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해 아들을 물속에 두고 있던 어미로서는 앞에 있다면 당장 멱살을 잡고 싶었어요. 분향소와 영결식장에서 송 의원을 찾았는데 발견하지 못해 북한 옹호 발언을 자주하는 것으로 보이는 강 대표에게 항의한 것입니다. 항의가 아니라 제발 그러지 말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윤 씨는 얘기 도중 격분해 끼어드는 남편 민병성 씨(71)를 바라보며 “어찌나 많이 슬퍼하고 마음을 달래려 매일 술을 마셔서 그런지 가끔은 기억이나 말이 흐릿해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이날도 민 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 윤 씨 자신이 제때 챙겨먹지 못하자 이웃들이 해다 줬다는 떡을 기자에게 권한 뒤 “자식 잃은 어미들에게 너무 깊은 상처를 주는 사람들 얘기를 더는 하고 싶지 않다”며 방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부여=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의 눈물, 세계 축구팬 가슴엔 강슛이었네 (0) | 2010.06.18 |
---|---|
중국어만 할줄 알면 된다”… 가이드 60~70%가 無자격 (0) | 2010.06.18 |
울먹이며 480m 끌려가는 소녀를 아무도 안 지켜줬다 [중앙일보] 기사 (0) | 2010.06.15 |
교도소 재소자 위해 수녀됐다가 출소자 도우려 수녀복 벗은 여인이영민 기 (0) | 2010.06.15 |
'제2 조두순' 학교운동장서 女초등2년생 납치, 성폭행] 우리 딸 다니는 학 (0) | 2010.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