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대중 칼럼] MB의 '對北' 바뀔 것인가김대중 고문

푸른물 2010. 6. 15. 16:47

김대중 칼럼] MB의 '對北' 바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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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6.13 22:58

김대중 고문

천안함 사태, 음모론 확산에 전쟁공포까지…
여기에 밀려 굴복한다면 MB정치 결말 참담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또는 대북자세(posture)는 심각한 도전을 받기 시작했다. 천안함 피폭사태 이후 고조되는 듯한 이 대통령의 단호한 대응태세는 6·2지방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하면서 대북완화론자 내지 대북지원세력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우선 6·2선거에서 이긴 민주당은 이 대통령에게 '대결적인 대북정책의 전면폐기'를 요구했다. 이들의 논거는 6·2선거에서 대북응징을 내세우며 강경드라이브를 내건 MB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데서 시작한다. 이들의 주장은 북한과 전쟁을 하면 우리 역시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면서 북한을 제압하려면 '중국의 벽'을 넘어야 하는데 중국이 '북한 관련설'에서 발을 빼는 한편, 한·미가 서해안에서 실시하려던 대북잠수함 합동훈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6·2선거에서 정부·여당이 패배한 원인의 가장 큰 요소가 '북한 어뢰에 의한 천안함 침몰'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불신과 음모론의 확산, 그리고 일반국민의 '전쟁에 대한 공포'였다는 분석이 사실과 부합한다면 우리의 대북인식에 문제가 생겼다고 봐야 한다. 그것은 어쩌면 '부자 몸조심'일 수 있고 '돈 좀 주고 달래면 될 것'이라는 패배주의적 발상일 수도 있다. 게다가 우리 군(軍)의 취약점이 드러나고 군에 대한 국민 일반의 기피의식 등이 널리 유포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일 세력에 대한 응징의 기세는 자칫 허황하게 느껴지는 측면도 있다.

시간이 갈수록 천안함 피폭의 전율성이 잦아들고 사태를 인식하는 강도도 엷어져 MB의 '대북 단호함'은 시리(時利)를 잃고 있다. 미국 등 우방에서는 한국정부가 북한의 '불바다' 위협에 걸려 확성기 등 대북 심리전 재개에 머뭇거리고 있고, 중국의 항의로 한·미합동 훈련을 연기하는가 하면,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문제도 여의치 않은 상태인지라 한국의 단호함이 모멘텀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우리의 내부문제도 MB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6·2선거 패배 이후 이 정부와 집권당의 책임공방은 혼선의 정도를 넘어 내홍(內訌)의 단계에 이른 느낌이다. 내부분열을 잠재울 줄 모르는 이 대통령의 무반응·무기력은 '촛불시위' 때를 연상시킬 정도다. 이런 정치상황 속에서 대북의 단호함도 함께 실종되는 듯하다.

대북정책완화론자들은 이런 기회를 놓칠세라 재빨리 MB의 대북정책의 수정 내지 전환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MB정치가 궤도를 잃고 삐걱거릴수록 대북정책 수정요구는 더욱 기세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당국도 한국 내부의 반(反)MB 공세에 발맞춰 남쪽에 대한 선전공세를 늦추지 않고 때마다 '불바다'의 화기(火氣)를 계속 불어넣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이런 대내외적인 상황에서 과연 '대북 단호함'을 계속 밀고 나갈 것인가가 보수세력의 지대한 관심사이자 대한민국 진로의 중대한 관건이다. 보수세력이 그에게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은 그의 대북정책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통령이 여기서 대북완화론에 굴복하는 길로 간다면 그의 정치일생의 결말은 참담할 수밖에 없다. 그가 처음부터 그 길을 택했으면 모르되 북한의 압박에 밀려 돌아선다면 그의 대북정책은 죽도 밥도 아닌 것이 될 것이다. 그는 위기에 처할 때마다 '중도실용'을 들고 나왔다. 이번에도 그런 조짐이 있다. 선거에 지더니 느닷없이 '중도실용'을 꺼내고 있다.

북한과 전쟁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면 안 된다는 원칙으로 가되 북이 원한다면 피하지 않는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북한에는 지금 중대한 변화가 일고 있다. 시장(市場)세력이 생겼으며, 화폐개혁으로 이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또 밖의 세상을 비로소 알기 시작했다. 지난 9일자 뉴욕타임스 기사는 "우리는 (외부에서) 쳐들어오기를 기다린다. 내 아들은 삶이 너무 힘들어 전쟁이라도 나기를 원한다고 했다. 우리는 이래저래 조만간 굶어 죽을 것이다"라고 한 북한교사 출신의 말을 옮기고 있다. 우리가 도와줘야 하는 것은 김정일 세력이 아니라 변화를 학수고대하는 북한 인민들이고, 우리는 그들을 위해서라도 참고 기다려야 한다.

또 다른 뉴욕타임스 기사(8일자)를 소개한다. '지난 2월 이스라엘의 고위급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해 이른바 이란의 핵 야심을 밝힌 증거를 제시했다. 그 자리를 빌려 이스라엘측은 국제사회(즉 유엔)가 이란의 핵무기 제조를 막는 데 실패한다면 이스라엘은 자체적으로 이란을 선제공격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 경우 이란으로부터 방대한 양의 원유(약 11%로 알려짐)를 수입하는 중국의 경제가 어떤 타격을 입을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 상황을 설명했다. 선제공격 대목에서 중국 측은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그동안 완고하게 중동 편이었던 중국은 지난주 안보리에서 채택한 이란 제재안 수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중국의 이해관계를 파고들어간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