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철 KAIST 교수 항공우주공학과
연구인력 세계 최다·최고 수준
백지 위임받은 대통령 직속
우주개발 조직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2차 나로호의 발사 실패 원인을 1단 엔진의 폭발에서 찾고 있다. 나로호의 1단 엔진이 세계 어느 엔진보다 압력이 높기 때문이다. 같은 무게로 출력을 올리려면 연소기 압력을 올려야 하므로 성능이 좋은 로켓일수록 엔진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왜 우리가 폭발 가능성이 높으면서, 실제 사용한 적이 없는 러시아의 차세대 엔진을 써야만 되는가. 우리라면 성능이 좀 떨어져도 안정된 것을 원했을 것이다. 그런데 러시아가 그런 엔진을 팔 의사가 없고, 이번 기회를 이용해 이런 고성능 엔진을 한국 돈으로 개발해보자는 목적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외국에서 엔진을 도입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직접 체험해 배웠다.
우주개발의 목적은 우리의 기술 수준을 높이기 위함이다. 우주개발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국민의 사기를 올리려는 스포츠와는 다른데도 우리는 올림픽에 외국 선수를 한국 국적으로 내보내는 것처럼 러시아 엔진을 가져다 나로호를 제작했다.
우리는 지금 나로호의 3차 발사를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러시아가 무상으로 1단 로켓을 제공한들 3차 발사를 하려면 수백억원의 세금이 또 필요하다. 더구나 3차 나로호 발사를 위한 준비 기간은 약 2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만일 우리가 3차 나로호 발사를 결정하게 되면 우리가 독자 개발로 준비하는 KSLV-2 로켓의 개발은 2년 늦어지게 된다. 3차 발사 성공도 미지수다. 독자 우주발사체인 KSLV-2의 개발을 위해 3차 나로호 발사는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KSLV-2 발사체를 개발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KSLV-2의 개발을 위한 많은 기술을 확보했으며 약 5년이면 완성될 것으로 예상한다.
참여 연구 인력의 문제는 매우 긍정적이다. 미국에서 항공우주국(NASA)과 정보기관에서 수차례 조사한 바로는 미국 내에 항공우주 분야 교육을 받은 한국 사람의 수는 국가별 순위에서 5위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1986년 미국은 우주분야 박사 현황을 조사한 적이 있다. 중국·인도·한국·중동, 그다음이 미국인으로 한국은 3위였다. 1989년에는 NASA 안에서 외국 출신 과학자의 활동을 조사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가장 공헌이 많은 사람은 한국 사람들이었다.
KSLV-2의 성공을 위한 가장 큰 문제는 조직 문제다. 우주 사업에는 긴급한 상황이 많으며, 위험성 많은 과정에 도전해야 할 때가 잦다. 하지만 현재 국내 조직 체계로는 지나친 제약으로 사사건건 정부 관리와 정치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제약 때문에 진보가 더디며, 위험한 연구에 도전할 수 없다.
우주 사업에는 예산 신청과 집행과정이 매우 간소화되어야 하며, 인사규정을 초월해 우수한 사람을 임의로 채용하며 진급시키고 또 면직도 시킬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소장 임기제도는 없어야 하며, 정년 퇴직규정도 없어야 한다.
우주 사업에 성공한 어느 나라를 보아도 우주사업체의 조직은 일반 정부 기구와 다르다. 1960년 이전에는 미국도 우리와 같은 조직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패만 거듭했다. 유럽의 몇몇 나라들과 일본도 초기에는 실패만 거듭 했다. 1960년에 미국은 NASA를 출범시키고 달 탐사에 성공했다. NASA는 '수퍼 캐비닛(super cabinet)'이라 하여 대통령 직속이며, 예산 신청에는 세부목록을 제출하지 않는다. 5개년 계획에 따라 '백지 위임(carte blanche)'의 수표를 받아 운영한다. 우리도 KSLV-2의 개발에 성공하려면, 이러한 조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