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용엽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개정안이 지난 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아직 국회의 의결절차가 남았지만 정부와 산업계, 의사·시민단체 사이에는 이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스마트폰까지 등장해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유비쿼터스 시대에 왜 이런 논쟁이 벌어지는 것일까?
원격진료(telemedicine)란 쉽게 말해 의사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원격지에 있는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다. 비슷한 개념으로 U-헬스(ubiquitous healthcare)라는 용어도 자주 쓰이고 있다. 오늘날 U-헬스나 원격진료의 유형을 보면, ①의사-의사 간 ②의사-기타 의료인(간호사·조산사) 간 ③모든 의료인-환자 간 원격진료 ④사이버병원 4가지 형태로 나뉜다.
미국·유럽에서는 1995년 전후 원격진료를 법제화했다. 우리는 2003년에야 의료법 34조를 신설, 이 조항에 따라 '의·치·한의사'는 '멀리 있는 의·치·한의사·간호사·조산사'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자문을 할 수 있다. 이 조항을 해석해보면 위의 4가지 유형 중에 ①, ②만 허용되고, 흔히 '재택진료'라고 불리는 ③이나 사이버공간에서 병원을 허가받아 개설하는 ④는 허용되지 않는다. 최근 논란이 된 개정조항은 ③유형인 재택 원격진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즉, 도서지역·산간벽지·군부대·교정시설에 거주하거나 거동불편자는 병원에 가지 않고도 원격모니터링을 통해 진찰이나 건강관리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재택 원격진료 허용안을 내놓은 정부는 의료산업화를 촉진하고 취약지역·계층에 의료서비스를 확대한다는 취지이다. 반대입장에서는 원격진료의 의학적 안전성과 의료사고 문제, 지역 개원의의 몰락과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 의료전달체계의 붕괴 등을 우려한다. IT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KISDI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의료산업의 IT활용도는 2%대인데 비해 미국은 5%대라고 한다. 앞선 IT기술을 의료산업에 융합시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미 우리 의료수준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고 요즘에는 외국인 환자를 불러들이는 국제의료관광도 확대되고 있다. 또 대다수 전문가들은 원격진료나 u-헬스가 미래의료의 한 형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결국 재택 원격진료 허용 여부는 반대입장의 우려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보완하고 타협점을 찾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첨단의료장비가 현대의학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면 이제는 IT기술이 또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