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째 일기 쓰는 신권식씨 … 농사일·사회상 담아
경기문화재단, 3권짜리 농촌생활사로 정리해 출간
경기도 평택시 청북면 고잔리 대곡마을에 사는 농부 신권식(80·사진) 옹이 말하는 일기 쓰는 이유다. 신 옹은 6·25 전쟁이 끝난 다음해인 1954년부터 현재까지 55년간 일기를 계속 써오고 있다.
“처음 일기를 쓸 당시만 해도 하늘만 쳐다보며 농사를 지어야 했기 때문에 날시 등을 기록한 농사일기가 꼭 필요했지요.”
그는 매일 저녁식사 뒤 그날의 중요한 일을 정리해 일기장에 써왔다. 외지로 나가거나 여행을 떠날 때는 잃어버릴까봐 일기장을 집에 두고 가는 대신 매일 밤 간단한 메모를 했다가 돌아와서 옮겨 적는다. 일기장에는 그날그날의 날씨와 농사일은 물론 간척과 토지이용, 농업과 노동력, 여성 노동, 농한기 부업, 금융거래와 물가, 축산, 식생활, 농촌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직업 같은 농사와 관련된 일이라면 빠뜨리지 않고 기록했다. 이 덕분에 그는 일기장을 지금까지 농사일에 참고하고 있다.
그는 일기에 민간의료법·민간신앙 같은 생활주변의 농촌 일상도 기록했다. 정부의 농촌 정책과 이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 이북에서 내려와 정착한 실향민들과 원주민과의 관계, 새마을 운동의 추진과정, 지방사회에서의 선거전 등 농부의 시각에서 바라본 정치·사회상까지 적었다. 이곳에서 300여 년째 집성촌을 이루며 사는 ‘고령 신씨’ 후손인 그는 문중과 관련한 일도 자세히 기록했다.
“일기를 쓰다 보면 부지런해지고 생활이 검소해질 뿐 아니라 모든 일을 계획성 있게 해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경기문화재단이 신권식씨의 일기를 토대로 펴낸 『평택일기로 본 농촌생활사-평택 대곡일기』. [경기문화재단 제공] | |
“남들에게 공개하기 위해 쓴 것이 아닌 데다개인적인 일상사가 담겨 있어 처음에는 남들에게 보이는 것조차 꺼렸지만 지역사회와 농촌에 사료로 남기는 의미가 있다고 여겨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수작업으로 농사를 짓던 과거에 비해 기계화된 요즘은 농사짓는 일이 비교할 수 없어 편해져 다행”이라면서도 “하지만 도시에 비해 여전히 낙후를 면치 못하는 농촌의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