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영택 화백의 세계건축문화재 펜화 기행] 일본 나라 야쿠시지(藥師寺) 동

푸른물 2009. 8. 20. 10:04

[김영택 화백의 세계건축문화재 펜화 기행] 일본 나라 야쿠시지(藥師寺) 동탑 [중앙일보]

2009.07.30 00:46 입력 / 2009.07.30 01:37 수정

6층 같은 3층탑에 켜켜이 쌓인 1200년 역사


일본에 불교가 자리 잡은 것은 요메이천황이 백제계인 소가 씨족과 손잡고 불교에 귀의하면서부터입니다. 서기 593년 섭정을 맡은 쇼토쿠태자(聖德太子)는 백제에서 많은 장인을 불러 여러 절을 짓습니다. 이때를 ‘아스카(飛鳥)시대’라 하며, 1탑 1금당 형식이었습니다.

건메이(元明)천황이 710년 나라지역으로 천도를 한 후 ‘나라(奈良)시대’가 시작됩니다. 쌍탑 1금당이 주류로 야쿠시지(藥師寺)가 그 대표작입니다. 1528년 화재로 소실되었던 서탑은 1976년 재건되었고, 금당도 화재 뒤 최근에 복원된 건물입니다. 사방불을 모신 동탑만이 1200년 고색창연한 역사를 자랑합니다. 3층 목탑입니다만 각층마다 모코시(裳階:차양칸)가 있어 6층으로 보입니다. 탑의 처마 끝이 나오고 들어감이 있어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입니다. 펜화에는 여러 번의 보수공사로 줄어든 높이 50cm를 되살렸습니다.

야쿠시지는 법상종 총본산으로 종정(管長)을 뽑는 의식이 엄격하기로 유명합니다. 시험이 있는 날, 큰스님 200여 명이 긴 무쇠 주장자를 끌고 절로 모일 때 나는 쇳소리를 나라 사람들은 ‘지축을 흔드는 소리’라고 합니다. 스님들은 범패(梵唄-높낮이가 없는 불교 성악)와 같은 음률로 어려운 질문을 합니다. 추운 겨울, 백색 법복 한 벌만 걸친 후보는 7시간 동안 법상에 미동도 없이 앉아서 모든 질문에 범패 소리로 답을 합니다. 이때 답이 막히면 법상에서 내려와야 합니다. 전 종정인 다카다 고인(高田好胤) 스님과 에이인 야수다(安田暎胤) 현 종정 겸 주지(管主) 스님 모두 일본의 큰스님으로 존경받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야쿠시지는 큰 행사 때 한국식 된장국을 내는 등 여러 가지로 우리나라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천황 스스로 ‘한국인의 피가 섞였다’고 밝힌 것처럼 황실의 원사(願寺)였기 때문은 아닐까요.

김영택 화백(penwhag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