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0년간 세계에 옷 300만벌 입힌 '기부 천사'박수찬 기자 soochan@chosun.co

푸른물 2009. 7. 13. 17:29

10년간 세계에 옷 300만벌 입힌 '기부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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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7.10 02:23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월드비전서 오늘 공로패 받아

"한 해 30만벌이면 회사 총생산량의 1%쯤 됩니다. 하지만 비수기에 남는 생산인력과 자재를 활용하니까 회사에 큰 부담은 안 돼요. 남에게 도움이 되고 기업에도 큰 부담이 안 되는 '스위트 스폿(sweet spot)'을 찾은 거죠."

노스페이스 등에 옷을 공급하는 영원무역 성기학(62) 회장은 10년째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을 통해 어린이 방한 점퍼 등 의류 200만벌을 국내와 베트남, 캄보디아, 몽골 등에 지원하고 있다. 적십자 등 다른 단체까지 합치면 총 300만벌로, 1년에 30만벌꼴이다.

성 회장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0일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으로부터 공로패를 받는다. 월드비전에 따르면 몽골 정부도 10년간 어린이용 재킷과 담요 36억원어치를 보내준 그에게 감사장을 보낼 것이라고 한다.

성기학 회장이 서울 하월곡동 영원무역 사무실에서 지난 10년 동안 펼친 의류지원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월드비전 제공

성 회장은 15년 전 북한에 어린이 옷을 보내면서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이 커진 것은 1999년 월드비전의 요청을 받고 당시 내전 중이던 동티모르에 아동복 1만7000벌을 지원하면서부터. 전쟁을 치른 코소보, 대지진이 일어난 파키스탄, 수해가 난 강원도에 적게는 1만벌에서 많게는 10만벌을 보냈다. 그는 "이라크에도 전쟁 직후 10만벌을 보냈다"며 "한국군보다 우리 옷이 먼저 도착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옷은 상대적으로 한가한 초봄이나 초가을에 말레이시아, 중국, 베트남 등에 있는 공장에서 만들었다가 보낸다. 지진 등 긴급 상황 때는 더 생산하기도 한다.

성 회장은 "공짜로 주는 옷이라고 마구 만들 순 없다"며 "옷 안에 '영원무역에서 기증한다'는 태그가 붙는데 어떻게 함부로 만들겠느냐"고 말했다.

작년 9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36년째 적자를 본 적이 없는 회사지만 벌써 10년째 연간 100억원(소비자가격 기준·회사 추산)이 넘는 옷을 보내도 주주(株主)들이 좋아할까? 성 회장은 "추가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에 주주들도 이해해 준다"며 "뜻이 좋은 일이고 추가 임금까지 받을 수 있어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공장의 현지 재봉공들은 애사심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몽골은 말할 것도 없고 베트남·캄보디아처럼 더운 나라도 겨울이면 동사(凍死)자가 나온다"며 "우리 옷을 받은 아이들이 '난생처음 새 옷을 입어본다'고 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