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NIE] 막말은 언어 폭력 … 사회 갈등만 키운다 [중앙일보] 기사

푸른물 2009. 7. 4. 07:27

[NIE] 막말은 언어 폭력 … 사회 갈등만 키운다 [중앙일보]

우리 사회가 ‘막말’로 오염되고 있다. 인터넷 댓글에서나 발견되던 공격적인 말투가 어느새 일상에 자리 잡더니 지상파 방송까지 점령하는 분위기다. ‘막말’을 자신만의 캐릭터로 구축한 연예인이 인기를 끄는가 하면, 사회 지도층에 속하는 교수·정치인들도 공식 석상에서 살벌한 언사를 주저 없이 내뱉고 있다. 막말 유행의 원인과 이를 바로잡기 위한 방안에 대해 알아본다.

말에는 말하는 사람의 목적과 생각이 반영돼 있다. 상대방을 흠집 내고 매도하는 악의적인 막말이 확산된다는 것은 곧 사회 전체의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사회 갈등은 27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위로 최상위에 속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사회 갈등으로 인한 우리나라의 경제적 손실이 매년 국내총생산의 27%에 달할 정도다. 진보와 보수 간 이념 갈등, 노사 간 계층 갈등이 대표적이다. 경제위기로 갈등의 완충지대 격인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대립은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이런 갈등이 건전한 비판으로 이어진다면 오히려 사회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 건전한 비판이란 진정성을 담은 충고로 서로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게 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입에는 쓰지만 몸에는 좋은 양약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막말은 상대방에게 언어 폭력을 행사해 무의미한 상처를 입힐 뿐이다.

정치인이나 연예인들이 유독 막말에 집착하는 이유는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어서다. 직장인 이정아(29)씨는 “방송에서 원색적인 표현을 써 가며 상대를 굴복시키는 모습을 보면 후련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유교 문화권의 영향으로 직설적인 표현을 꺼렸던 우리 사회에 유명인들의 막말이 대리만족을 선사하기도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도 없는 막말로 끈 관심은 오래가지 못한다. 오히려 대중의 불쾌감을 일으켜 공인으로서의 생명을 단축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많다.

언어학자들은 “사람은 언어로 사고를 표현하고, 언어에 반영된 대로 사고하는 존재”라고 설명한다. 언어가 생각의 산물인 동시에 생각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막말을 순화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말이 거칠어지면 사고 자체도 거칠어지기 쉽다. 결국 사회에 품격 없고 공격적인 분위기가 만연하게 되고 그 손해는 고스란히 개개인의 몫으로 돌아간다. 언어 습관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언어 교육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가장 좋은 교육은 기성세대가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사회 지도층이 앞장서 민주 시민의 기본 자질인 토론과 건전한 비판 능력을 함양해 나간다면 청소년들의 언어 습관에 대한 걱정은 저절로 사라지지 않을까?

박형수 기자

※도움말=박재현 상명대 국어교육학과 교수, 김진해 경희대 교양학부 교수·담화인지언어학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