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가정법원의 ‘2006 이색 家事사건’

푸른물 2009. 6. 28. 08:30

서울가정법원의 ‘2006 이색 家事사건’

 ‘怪전화’ 100여통에 20년 결혼생활 파탄


발행일 : 2006.12.30 / 사회 A10 면 기고자 : 최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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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의 결혼을 하룻밤 사이 깨버린 100여통의 ‘괴전화’, 40년간 호적을 뒤바꿔 살아온 형제들의 ‘대리인생’…. 2006년 한 해에도 가정에서 벌어진 온갖 분쟁들이 법원에서 처리됐다. 서울가정법원은 29일 이색 ‘가사(家事) 사건’ 판결을 소개했다.

◆20년 결혼 깬 침묵의 ‘괴전화’

1975년 결혼한 남편 A씨와 아내 B씨의 단란한 생활은 2002년 봄 느닷없이 걸려온 괴전화로 금이 가버렸다. 받으면 말없이 끊어버리는 이상한 전화가 계속 걸려왔고, 부부는 서로의 ‘부정(不貞) 행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싸움이 잦아졌고 두 사람은 결국 2004년 협의이혼했다.

가정의 평화가 ‘괴전화’로 깨졌다고 생각한 B씨는 이혼 후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전화를 건 사람은 50대 여성 C씨로 밝혀졌다. C씨는 2003년 7월 어느 날 밤엔 4시간 30분 동안 무려 115번이나 전화를 걸었던 사실이 드러났고, B씨는 가정법원에 “혼인파탄의 책임을 지고 손해를 배상하라”며 C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하지만 서울가정법원은 “A·B씨는 서로 상대방의 부정을 의심해 다투다가 급기야 남편의 폭행, 생활비 미지급 등으로 신뢰를 상실해 이혼했고 C씨가 전화를 건 것이 이혼의 중대한 요인으로 보긴 어렵다”며 B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괴전화를 건 C씨는 B씨와 같은 교회에 다니던 사이였는데, 오히려 B씨가 교회 관계자와 부정한 관계라고 의심해 무언의 경고를 전하려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40년간 호적 뒤바꿔 살아온 형제

칠순을 바라보는 친형제 D씨와 E씨는 1962년 서로 신분을 맞바꾸기로 했다. 명태잡이 선원으로 일하던 동생 E씨가 군대에 다녀오지 않아 선원증을 받을 수 없자 이미 병역을 마친 형에게 ‘호적상 신분관계’를 바꾸자고 제의한 것. 결국 동생은 형의 이름으로 선원증을 받아 계속 일하게 됐고, 이후 형제는 이름을 바꿔 불렀고 가족과 이웃도 마찬가지였다.

형제는 또 1968년 주민등록 신고를 하면서 서로 허위신고를 해 공식적으로 상대방 신분으로 세탁했다. 심지어 실제와 호적상 신분관계를 일치시키려고 기존 부부·자녀 관계를 말소하고 형이 동생의 호적상 전 부인과, 동생이 형의 전 부인과 새로 혼인신고를 했다.

형제의 뒤바뀐 인생이 문제가 된 것은 형의 자녀들이 “호적상 작은 아버지가 진짜 아버지”라며 소송을 내면서다.

서울가정법원은 “형제가 뒤바뀐 신분으로 40여년간 구축·형성해 온 법률적·경제적·사회적 관계를 일시에 무너뜨릴 경우 본인뿐만 아니라 그 자식·손자들의 법률관계에도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호적정정 신청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최경운기자 cod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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