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덕 선행 기리는 사업 확산
조선시대 사재를 털어 기아에 허덕이는 제주도민을 구한 의녀(義女) 김만덕(1739~1812)의 정신을 기리는 '나눔 쌀 만 섬 쌓기' 사업이 전개된다. 2007년 제주에서 시작한 이 운동이 '제주 섬'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이다.김만덕기념사업회는 22일 오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만덕 의녀가 실천한 상생의 가치를 되살려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나눔 쌀' 1만 섬을 모으는 행사를 벌인다"고 밝혔다. 쌀 1만 섬은 5t 트럭 180대 분량이다. 사업회는 초·중·고 학생과 각 종교단체로부터는 쌀을 현물로 기부 받고, 기업체와 개인으로부터는 성금(한되 2000원, 한말 2만원, 한섬 20만원)을 인터넷과 자동응답전화(ARS)로 접수할 계획이다.
사업회는 오는 10월 17일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5시간 동안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그동안 기부받은 쌀을 쌓아올린 뒤 불우이웃들에게 나눠주는 '2009 희망과 나눔' 행사의 시작을 알린다. 10월 17일은 유엔(UN)이 정한 '세계 빈곤퇴치의 날'이기도 하다. 이번 행사의 조직위원장은 사업회의 공동대표이기도 한 제주출신 연기자 고두심씨가 맡았다.
고두심 조직위원장은 "200여년 전 대기근에 시달리는 제주도민을 위해 전 재산을 내놓아 굶주린 백성을 살린 김만덕의 선행을 이어받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이번 행사의 취지"라고 말했다.사업회는 지난 2007년 제주에서 '만덕 나눔 쌀 천섬 쌓기' 운동을 벌여 어려운 이웃과 사회복지 시설에 전달했었다.
조선시대의 여성 거상이었던 김만덕은 조선 정조 14(1790년)~18년 제주도에 극심한 흉년이 들었고, 조정의 구호 쌀을 실은 배마저 해상에서 난파되자 사재 1000금을 털어 다른 지방에서 양곡 500석을 구입, 이웃들에게 나눠줘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했다. 그는 이듬해 조정으로부터 의녀반수 벼슬을 받기도 했다. 당시 만덕의 선행은 '정조실록'을 비롯해 영의정 채제공, 병조판서 이가환, 조선 최고의 학자 정약용 등이 글로 남겼고, 추사 김정희는 그의 은덕이 영원토록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의 '은광연세(恩光衍世)'라는 글씨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