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방 - 한방 통합진료 …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의 5개월
상대 영역 지식 배우고 새 의술 개발 기대
진료 만족도 확 뛰어 … 대기시간 긴 게 흠
척추센터 회의실에서 정형외과·신경외과·한방재활의학과·한방침구과·재활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 의료진이 환자의 사례를 놓고 회의를 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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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붕 두 가족'의 화음은 잘 이뤄지고 있을까. 양.한방 통합 진료를 표방하고 출발한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원장 유명철)이 개설 5개월을 맞았다.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받아온 새 진료시스템에 대한 지금까지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 한방과 양방이 한 공간에서 별다른 갈등 없이 환자 중심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 우리나라 초유의 의료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는 병원 현장을 가 봤다.
◆환자 중심의 치료 모델= 버스 운전사인 김모(54)씨. 오른쪽 다리 뒤쪽이 심하게 아파 MRI 검사를 받은 결과, 심한 허리 디스크(추간판탈출증)로 판명됐다. 수술 대상 환자였지만 문제는 회사를 쉬면 퇴사를 해야 할 상황. 의사는 그의 통증이 조금씩 감소한다는 사실에 근거해 마취통증의학과와 한방 치료를 권했다. 다행히 치료 3일 만에 하지통증 점수가 10점에서 2점으로 감소했고, 6주가 경과한 지금 다시 운전대를 잡을 만큼 완쾌됐다.
이 병원 척추센터의 다양한 사례 중 하나다. 이곳엔 한방재활과뿐 아니라 정형외과.신경외과.마취통증과.재활의학과.침구과가 한 공간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한 지붕 여섯 가족'이 공존하며 환자의 편의와 병의 상태를 고려해 최선의 진료를 찾아주고 있는 것.
센터장 김기택(정형외과) 교수는 "환자 중심의 진료 시스템은 관련 의사들이 자신의 치료만을 고집하지 않고, 환자에게 가장 좋은 치료법을 선택.제시한다는 점에서 종래 의사 중심의 협진과는 다른 제도"라고 말했다.
◆환자만족도는 우수=이 병원의 협진센터는 모두 7곳<표>. 이곳의 환자 진료 과정은 색다르다. 센터에 접수를 하면 전문간호사(코디네이터)가 상담을 통해 환자에게 맞는 과를 안내하는 식이다. 의사는 환자를 본 뒤 보완 치료가 필요하거나 다른 과가 치료에 더 효과적일 것 같으면 즉시 협진 의뢰서를 낸다. 환자는 별도의 접수 없이 한 공간에서 이동하며 자유롭게 진료를 받는다.
환자의 만족도는 매우 크다. 척추센터의 경우 진료만족도는 87%. 또 주변에 협진을 권유하겠다는 사람도 '적극 권유' 60%를 포함해 92%나 됐다.
신경과.한방내과 등 14명의 교수가 참여하고 있는 중풍.뇌질환센터의 경우 과를 선택하는 주요 척도는 시간. 한방진료 환자라도 수술이 필요하면 곧 신경외과로 전과돼 당일 검사.수술이 이뤄진다. 반면 만성기로 접어들었다면 한방내과와 재활의학과의 협진을 통해 후유증을 최소화하면서 재활 훈련 처방을 받는다. 신경외과 고준석 교수는 "전체 초진 환자 중 협진을 원하는 환자가 30~40%에 이른다"며 "양.한방을 원스톱 서비스로 받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걸림돌은 없나=중풍센터의 협진시스템을 이용한 환자 만족도는 47% 수준. 만족도가 기대에 못 미치는 요인 중 대표적인 것이 진료비와 대기시간이다. 접수비는 별도로 받지 않지만 각 과의 치료 행위에 따른 진료비가 추가되는 데다 전과 환자가 많을 경우 기다릴 수 있다는 것.
또 하나 양.한방의사들의 환자 중심의 사고와 협조 의식. 제도가 좋아도 배타적 분위기로는 협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척추센터에 합류한 한방재활의학과 이준환 교수는 "협진에 참여한 뒤 상대 영역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환자 중심의 시각을 새롭게 배우고 있어 오히려 분위기는 매우 좋다"고 말했다. 척추센터의 경우 매주 화요일 아침 7시엔 환자사례 연구, 수요일엔 각 과 의사가 자신의 분야를 강의함으로써 지식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협진이 연구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병원 유명철 원장은 "한약과 침의 병행 치료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치료 효과를 높이는 치료술이 속속 나올 것"이라며 "환자의 불만을 최소화하고, 효능.효과 검증 등 협진 내용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