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병철 삼성 회장과 함께 행사장에 참석한 고 박두을 여사,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두 번째 그림右)과 한 행사장에서 케이크 촛불을 끄고 있는 고 변중석 여사,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모친 고 허을수 여사(왼쪽부터). [그림=윤문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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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인(59) 한국경영사자료센터 대표는 어버이날을 맞아 80년부터 정리한 자료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한국을 대표하는 경영인 26명의 어머니 이야기 『한국 최고 경영인을 길러낸 어머니의 힘』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한국 재계의 큰 별을 길러낸 어머니들은 모두 검소하고 자식에 대해 전폭적인 신뢰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단순히 경영자의 어머니일 뿐만 아니라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순수한 사랑을 알려준 우리 모두의 어머니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은 어린 시절 어머니(고 허을수 여사)의 모습을 떠올릴 때면 항상 물려 입었던 옷 이야기를 한다. “새 옷은 보통학교 다닐 때 한복을 한 번 입어본 게 유일한 기억일 만큼 옷 대물림을 하고 자랐다.” 맏아들이었음에도 항상 삼촌들이 입던 옷을 물려 입었다고 한다. 허 여사는 50년 동안 모시던 시어머니가 타계했을 때(68년) 부의금과 조화를 일절 받지 않고 문상객에게 술 대신 정성 들여 끓인 홍차를 대접한 일화가 있다. 그는 자녀에게 형식보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고, 허세보다는 검소함이 살아가는 참모습이라는 걸 보여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어머니인 고 박계희 여사. | |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모친인 고 박계희 여사는 54년 경기여고를 졸업하고 당시에는 드물게 미국 유학생활을 했다. 최 회장은 박 여사를 “전적으로 자식을 믿어준 어머니”라고 기억한다. 최태원·재원 형제의 결혼도 모두 자신의 뜻에 따라 이뤄졌다. 박 여사는 ‘부모가 올바르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자식을 키우는 최고의 교육’이라는 생각을 했다. 남편의 사업에는 참견하지 않고 84년 워커힐 미술관을 출범시켜 사설 미술관의 개척자가 됐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폭넓은 지식을 가르치는 학교, 장르를 초월해 새로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예술학교를 꿈꿔왔다. 하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97년에 타계했다.
문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