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홍 진달래, 연초록 나뭇잎, 붉은 기암괴석…
용문굴~낙조대~천마봉 산책하듯~
내원궁선 절벽 동전 붙이며 '기도'
선운사 동백숲-내소사 음악회 환상

입력시간 : 2008.04.1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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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오후의 햇볕처럼 여유로운 산행이었다. 햇살과 바람을 벗 삼아 주위 경관을 휘휘 둘러보며 산을 올랐다. 휘영청 늘어진 연분홍 벚꽃가지가 건듯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장면은 환상 그 자체였다. 천마봉까지 오르는 길도 비교적 순탄해 산책하는 느낌이었다.
'노스페이스와 함께 떠나는 한국 100대 명산 찾기'는 지난 일요일(13일) 40회 등반지로 전북 고창에 위치한 선운산을 찾았다. 미당 서정주의 시와 송창식의 노래로 귀에 익은 선운사 동백꽃, 복분자주 등으로 유명한 곳이어서 '백산찾사'는 출발 전부터 들떠 있었다.
선운사를 지나 20여분 타박타박 걸으니 장사송과 진흥굴이 나왔다. 17m 높이의 우산 모양 소나무인 장사송이 시원해 보였다. 도솔암을 오른쪽으로 끼고 오르면서 본격 산행이 시작됐다.
제1코스인 용문굴~낙조대~천마봉으로 방향을 잡았다. 직각으로 서 있는 절벽들이 아찔했다. 진달래들이 그 수직의 절벽에 뿌리를 박고 피어있어서 감탄을 자아냈다. 노인이 바닷가 절벽에 핀 붉은 꽃은 꺾어 수로부인에게 바쳤다는 '삼국유사'의 수로부인 설화가 생각났다.
아치처럼 생긴 용문굴은 특이한 모양으로 '백산찾사'를 맞았다. 용문굴 위에 서자 육중한 절벽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선암산은 바위가 유명해 암벽 등반가들이 자주 찾는다. 바위가 뾰족한데다 붉은색이어서 등반을 마치고나면 손가락 끝이 벌겋게 물든다"는 설명이 실감났다.
'백산찾사'는 낙조대에서 잠시 멈칫했다. 선운산이 초행인 사람들은 낙조대 정상에 올랐다가 "바다가 안 보인다"고 서운해 했다. 낙조대에 오르면 당연히 바다가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들판만 보고나서 실망한 것이다. 용문굴에 이어 낙조대에도 드라마 '대장금' 촬영지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배맨바위로 빠지지 않고 곧장 천마봉으로 향했다. 연분홍 진달래와 연초록 나뭇잎, 약간 붉은빛이 감도는 기암괴석들이 어우러져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산길에는 도솔암 마애불상과 내원궁을 찾았다. 내원궁 뒤쪽에서 등산객들이 절벽에 동전을 붙이며 소원을 비는 장면이 이색적이었다.
선운사 동백나무숲은 장관이었다. 선운사 대웅보전 뒤쪽에서 도솔암까지 1만6000㎡의 긴 숲에 500~600년이나 된 동백나무 3000여 그루가 붉디붉은 동백꽃을 매달고 있었다. 서정주 시인이 너무 일찍 오는 바람에 못 봤다고 아쉬워했던 동백꽃을 '백산찾사'들은 원없이 감상했다. 선운사 측은 스님들의 강의실로 쓰인다는 만세루를 개방하고 녹차도 무료로 제공하는 넉넉한 인심으로 훈훈한 정을 느끼게 했다.
이번 '백산찾사' 40기는 색다른 경험을 많이 했다. 토요일(12일) 저녁에는 부안군 내소사에서 열린 산상음악회를 구경했다. 민박집에서는 가마솥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네팔에도 네 번이나 갔다올 만큼 산을 좋아한다"는 유정희씨는 "이런 복이 또 있을까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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