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찰 둘러싼 수천그루 붉은 꽃사태

입력시간 : 2008.03.26 09:19
- ▲ 백련사 동백림에 자리한 부도탑. 무게를 이기지 못한 꽃송이를 떨어뜨려 붉은 카페트처럼 화사한 꽃길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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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남도답사 1번지'로 부르는 전남 강진(康津)은 말 그대로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천관산과 두륜산, 월출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내륙 깊숙이 파고든 강진만과 탐진강이 이뤄낸 기름진 들녘은 남해의 거친 풍파에도 무탈하다. 이런 천혜의 여건은 동백 자생지로도 최적이다.
강진군 도암면 만덕리 만덕산 자락에 위치한 신라고찰 백련사에는 300~500년 수령의 아름드리 동백 수천 그루가 빽빽이 숲(천연기념물 제151호)을 이루고 있다.
하늘을 뒤덮은 동백숲에 붉은 동백꽃이 활짝 피어날 즈음이면 숲에서 내려다보이는 강진만의 푸른 바다와 천년세월을 품은 가람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자아낸다.
최고의 동백꽃 감상 포인트로는 사찰 한 켠에 자리한 부도탑군락지.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떨궈낸 낙화가 부도탑 주변을 마치 붉은 카펫처럼 수놓고 있어 운치를 더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사찰 진입로는 물론 가람에서 다산초당에 이르는 오솔길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동백나무가 밀생해 아름다운 숲길을 이룬다.
이 길은 '천주학쟁이'로 몰려 유배 중이던 다산 정약용과 백련사 주지 혜장선사가 오가며 학문을 나눴던 길로도 유명하다. 동백숲에서 산허리를 몇 굽이돌면 정약용 선생이 유배생활을 했던 다산초당이 나선다.
기암괴석이 명멸하는 절경은 아니지만 1km 남짓의 '다산 오솔길'은 기분 좋은 느낌 물씬 배어나는 편안한 숲길이다. 백련사와 다산초당을 품은 만덕산(408m)은 예로부터 야생 차나무가 지천이다. 강진에서만 18년 유배생활을 보낸 정약용이 자신의 호를 '다산(茶山)'이라 한 연유도 여기에 있다.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며 걷기에 적당한 흙길 양옆으로는 야트막한 키의 야생 차나무가 줄지어 이어진다.
고갯길을 넘어서자면 등이 꼽꼽해지고 이내 강진만의 부드러운 해풍이 이마의 땀방울을 시원스레 닦아준다.
- ▲ 다산의 유배지 다산초당도 운치 있는 동백꽃 감상 포인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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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풍광이 한눈에 펼쳐지는 지점에는 '천일각(天一閣)'이라는 정자가 서 있다. 다산이 고향과 가족, 특히 함께 유배돼 흑산도로 간 형 약전을 그리워했던 곳이다.
천일각 아래 솔숲에는 다산초당이 있다. 다산이 강진 유배 18년중 10년을 머물렀던 곳으로, 후학도 양성하고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 등 500여권의 방대한 서적을 저술한 조선 실학의 산실인 셈이다.
다산은 스물 한 살의 나이에 한양에서 남쪽의 땅 끝까지 ?겨 왔다. 그는 서른아홉까지의 기나긴 유배세월의 고독을 한 잔의 차와 다작(多作)으로 달래야 했다.
초당 주변에는 유배생활의 단출한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다.
다산이 바닷돌을 주워다가 만든 연못과 약수터, 솔방울로 차를 끓여 마셨다는 둥그스름한 바위가 마당 한 켠에 자리하고 있다. 유배생활을 청산하며 바위에 새겼다는 '정석(丁石)'이란 글씨도 남아 있다.
초당에서 마을 아래 다산유물전시관까지의 오솔길도 옛 모습 그대로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다. 소나무와 편백나무, 동백, 대나무가 적당히 어우러진 숲길은 나무뿌리가 길을 뒤덮는가 하면 기암괴석이 바닥을 이루고도 있다. 시원하게 불어대는 댓바람과 동백새의 지저귐 속에 발걸음을 옮기자면 마음까지도 한결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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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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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서해안고속도로~목포IC~2번국도~강진읍~3번 지방도-다산토당/백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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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호남고속돌로 서순천IC~17번 국도-여수시내.이정표 다라.오동도.향일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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