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풀잎 2

푸른물 2008. 5. 14. 08:43

풀잎 2 / 박성룡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하고 그를 부를 때는,

우리들의 입 속에서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바람이 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몸을 흔들까요.

소나기가 오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또 몸을 통통거릴까요.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하고

자꾸 부르면,

우리의 몸과 맘도 어느덧

푸른 풀잎이 돼버리거든요.

 

<196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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