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길 /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이준관 : 1949.10.24 전북 정읍시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1971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동시' 초록색 크레용 하나'
영등포여고 교사
1979 제 1 회 대한민국 아동문학상 수상
2004 소천문학상 '내가 채송화 꽃저럼 자그마 했을 때'
2006 대한민국 동요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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