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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월의 기도 / 지소영

푸른물 2024. 2. 13. 07:17

12월의 기도 / 지소영

 

산촌 호수에 드리운

한 해의 긴 그림자

뽀오얀  모시적삼 접어 말 듯

하나 둘 포개면

 

백설 얹힌 

우뚝 선 산봉우리

엉기었던 희노애락

묵묵히 덮으며

돌아 보면

길고 짧았던

웅성거린 삶의 음표들

 

슬픔 길었다 하자

웃음할 날 아침 이슬로

반짝였다 하자

 

두런 두런

어깨 겨누던 정

때론 짓궂던 긴 여정의 터널에서

알 수 없던  파문들

물결 되어 번지면

마음도 흔들

파도가 되기도 한다

 

해구름 덥썩 긴 비로

함께 맞아 아프기도 했지만

모두

휘어진 등 아래 내리고 묻으며

12월 하얀 입김에 

모아지는 두 손

추위에 떠는 영혼에게

따스한 불씨로 

다가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