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기도 / 지소영
산촌 호수에 드리운
한 해의 긴 그림자
뽀오얀 모시적삼 접어 말 듯
하나 둘 포개면
백설 얹힌
우뚝 선 산봉우리
엉기었던 희노애락
묵묵히 덮으며
돌아 보면
길고 짧았던
웅성거린 삶의 음표들
슬픔 길었다 하자
웃음할 날 아침 이슬로
반짝였다 하자
두런 두런
어깨 겨누던 정
때론 짓궂던 긴 여정의 터널에서
알 수 없던 파문들
물결 되어 번지면
마음도 흔들
파도가 되기도 한다
해구름 덥썩 긴 비로
함께 맞아 아프기도 했지만
모두
휘어진 등 아래 내리고 묻으며
12월 하얀 입김에
모아지는 두 손
추위에 떠는 영혼에게
따스한 불씨로
다가 가고 싶다
'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니스프리 호수섬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1) | 2024.02.13 |
---|---|
좌객 / 김광림 (0) | 2024.02.13 |
1월에 꿈꾸는 사랑 / 이채 (2) | 2024.02.12 |
희망에게 / 이해인 (0) | 2024.02.12 |
그대 이 겨울, 오시려거든 / 오애숙 (0) | 2024.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