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화

동자승에겐 추기경이 ‘부처님’으로,추기경에겐 동자승이 ‘아기천사’로 이옥용 '화평서신' / 종교문화칼럼 2011/05/13 17:35

푸른물 2011. 6. 18. 08:10

동자승에겐 추기경이 ‘부처님’으로,추기경에겐 동자승이 ‘아기천사’로 이옥용 '화평서신' / 종교문화칼럼

2011/05/13 17:35

복사 http://wrn2991.blog.me/50111278428

동자승에겐 추기경이 ‘부처님’으로

추기경에겐 동자승이 ‘아기천사’로


◈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화려한 연등, 봉축행사를 비롯해 동자승들의 귀여운 축구장면 등 화보거리가 많아 모든 신문지면을 장식했습니다. 조계종의 방침에 따라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이 상석(上席)에서 벗어나 일반 신도와 함께 예불을 드리는 모습도 좋은 사진기사감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저에게 가장 눈에 띄는 사진이 있었습니다. 한 중앙일간지 1면에 실린 동자승과 정진석 추기경의 모습입니다. ‘추기경 할아버지 놀아주세요’란 제목의 이 사진은 동자승들이 추기경 무릎에 누워 재롱을 피우는가 하면 그에 시기심이 생긴 듯 추기경의 팔을 잡아당기는 장면을 잡았고 추기경은 자애로운 모습으로 동자승의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쓰다듬고 있었습니다. 종교화합을 논하는 그 어떤 무게있고 비중있는 기사보다 ‘종교화합’을 확실하게 보여 준 사진이었습니다. ‘추기경 할아버지’가 천진난만한 동자들의 행동을 천사보듯이 그윽하게 대하는 것에서 종교를 초월한 종교심성을 느끼게 했습니다. 아름다웠고 감동스러웠습니다. 명동성당서 벙정스님 추모 다큐멘터리 ‘법정 스님의 의자’를 관람하는 자리였기에 더욱 빛났습니다.  

◈ 부처님오신날 각 사찰에서는 점심공양을 했습니다. 보살님들이 정성스레 마련한 비빔밥과 오이냉국, 떡 등을 신도들은 물론 일반인과 등산객들에게 보시(布施)했습니다. 그 가운데는 기독교인과 이슬람 외국노동자도 있었습니다. 추기경이 동자승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보내듯 보살님들도 모든 이웃들에게 사랑을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이 역시 아름답고 감동스런 풍경이었습니다.

◈ 올해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종교화합의 봄바람이 넘쳐났습니다. 성북동성당, 수유1동성당, 삼성동성당과 대전교구 합덕성당, 문경시 가은성당 등이 부처님 오신날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가톨릭 지도자들과 수녀들도 잇달아 사찰을 방문해 부처님오신날을 함께 기뻐했습니다. 가장 큰 대립, 갈등을 보였던 개신교계도 올해는 활발히 교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대전시 빈들감리교회가 부처님 오심을 기뻐한다는 현수막을 걸었으며 t길상사와 이웃한 덕수교회도 길상사에 축하 화분을 보냈습니다. NCCK김영주 총무 등 개신교게지도자들이 사찰을 찾아가 종교화합을 다지는 환담을 나눴으며 축하메시지도 발표했습니다.

◈ 템플스테이 지원 예산이 삭감된 후 관게가 악화된 정계의 화합제스처도 보기 좋았습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과 여야 정치인들의 사찰 방문이 이어졌습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영부인도 불교 뮤지컬을 관람했습니다. 한 신문의 논객은 대통령이 유럽순방을 미루고 일반시민에 묻혀 국민축제인 붕축행렬에 참여했더라면 더 보기 좋았을 것이란 칼럼을 썼는데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행동보다 진정성이 중요하겠지요. 사찰도 마찬가집입니다. 정치인들의 봉축 행사참여를 일반인들과 똑같이 허용한다며 관용을 배푸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대웅전 앞 연등 앞줄에는 대통령과 지역구 의원, 구청장, 경찰서장 등의 이름이 내세워져 있었습니다. 내심으로는 그들을 상당히 의식하며 상석에 모신 것이겠지요. 그들의 진정성을 잠깐 의심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는 ‘옥의 티’에 불과했습니다.대한민국은 참으로 다종교공존, 종교자유의 모범을 보이고 있습니다.

◈ 전 세계는 종교갈등과 종교탄압이 휘몰아 치고 있습니다. 미국의 빈 라덴 사살로 이슬람 성전(聖戰․지하드)이 다시 생겨날 조짐입니다. 중국에서는 가정교회와 티베트 불교에 대한 탄압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종교 조직이 중국판 재스민 혁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집트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퇴진시킨 시민혁명 시에는 손에 손잡고 민주화를 외치던 이집트 곱트교와 무슬림이 수백명이 사상자를 냈습니다. 이혼허용 여부 등 결혼 풍속 차이 때문입니다.

◈ 5월 화합의 달에 우리나라에서도 사소한 종교편향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대한민국 캐릭터 ‘뽀로로’의 연등사용, TV프로그램의 108배, 문경시 불교문화사업 등이 특정종교에 치우쳤느냐 아니냐며 티격태격했습니다. 이러한 갈등의 불씨가 곱트, 기독교의 풍속 차이로 인한 분쟁처럼 이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습니까.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입니다. 화평한 사람에게는 세상이 평화스럽고 독선적인 사람에게는 자기와 다른 세상이 적이 됩니다. 추기경 품안에 안긴 동자승에게는 추기경이 부처님으로 보였고, 추기경에게는 천진난만한 동자승이 ‘아기 천사’로 보였습니다. 종교의 가치는 화평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