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환자 40% 우울증상 경험
3년 전에 유방암 3기로 한쪽 유방 완전절제술을 받은 최영란(48)씨는 "수술한 뒤 붕대를 풀고 욕실에서 거울을 처음 보는 순간 너무 끔찍해서 죽고 싶었다"며 "여자로서의 인생이 끝난 것 같아 매일 밤낮으로 울었다"고 말했다. 유방암 2기로 한쪽 유방을 10㎝ 이상 도려낸 이혜경(51)씨는 "공연히 죄 없는 남편이 미워지더라"며 "수술 후에도 남편이 내 가슴을 보는 것이 두려워서 부부관계가 순조롭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방암 0기로 부분절제술을 받은 김옥명(48)씨는 "유방을 보존하는 수술을 받았는데도 사람이 만나기 싫어서 집에 처박혀 있게 되더라"고 말했다.
- ▲ 유방암 수술을 받은 뒤에 환우회 활동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우울 증상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백남선 건국대병원 외과 교수와 이 병원의 유방암 환우회‘에델바이스’회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식욕 없고 잠 안 오면 심리치료받아야
유방암 환자는 우울증상이 있어도 "암에 이어서 정신과 진료까지 받으라는 말이냐"며 심리 치료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우울증상이 있으면 '코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돼 면역력이 떨어지고, 그러면 몸에 남아있을 수 있는 암세포를 제대로 이겨내지 못해 재발하기 쉽다. 이런 이유로 미국 종합암네트워크(NCCN)는 암환자들의 정신·심리적 고통을 체온·혈압·호흡 등과 함께 치료 경과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지표로 사용한다.
전홍진 교수는 "암 수술 후 누구나 느끼는 단순히 우울한 기분 수준을 넘어서 식욕부진, 수면장애 등이 나타나면서 우울한 기분이 몇 주일 이상 나아지지 않으면 반드시 정신과 전문의에게 진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의욕을 높이기 위해 항우울제 처방과 함께 인지치료, 웃음치료, 미술치료 등 심리치료를 병행한다. 무엇보다 본인이 암 때문에 생긴 일시적인 우울증일 뿐 본격적인 정신질환 환자가 아니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환우회 활동, 메이크업 등이 정서 안정에 도움
유방암 환자들은 환우회 등 사회적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다. 백남선 교수는 "가족이 출근하거나 등교한 집 안에 환자 혼자 있으면 더욱 우울해진다"며 "비슷한 상황에 있는 환자들을 만나 동병상련을 나누며 사회생활에 복귀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델바이스' 신입 회원들은 서로 유방암 수술을 한 가슴을 보여주며 '젖 인사'를 한다. 이혜경씨는 "젖 인사를 통해 서로의 아픔을 함께 느끼면 정서적으로 끈끈한 유대감이 생긴다"며 "지금은 환우회원들이 친자매처럼 자주 만나며 속 깊은 얘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자신의 외모를 아름답게 꾸미는 것도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박해린 강남차병원 외과 교수는 "투병 과정에서 머리가 빠지고 피부가 나빠지는 등의 외모 변화는 유방암 환자인 여성들에게 심각한 심리적 고통을 안겨준다"며 "화려하고 아름다운 메이크업이나 헤어스타일링 등을 통해 외모를 가꾸면 정신적인 자신감을 되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