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체제 인사 수십명 체포… 노르웨이와 어업회담 취소
"天安門 희생자 영령에 이 노벨상을 바친다" 류샤오보, 소감 전해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중국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55)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역풍(逆風)이 몰아치고 있다.
류샤오보는 10일 낮 랴오닝(遼寧)성 진저우(錦州) 교도소에서 부인 류샤(劉霞·50)를 면회한 자리에서 "노벨상을 1989년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사건의 '망령(亡靈·희생자들의 영령)'에게 바친다"라고 말한 뒤 울음을 터뜨렸다고, 류샤의 친구이자 반체제 인사인 왕진보(王金波)가 소개했다. 부인 류샤도 10일 밤 9시쯤 트위터에 직접 글을 올려 "형제들이여, 나는 막 집으로 돌아왔다. 8일부터 나는 가택연금 상태에 있기 때문에 언제 여러분들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내 휴대전화는 망가져서 전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샤오보(남편)를 만났더니 교도소측이 9일 저녁에 수상 소식을 알려줬다고 한다. 이후의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말하자. 여러분도 그렇게 되도록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홍콩 명보(明報)에 따르면, 화가이자 사진작가, 시인인 류샤는 류샤오보의 아내이면서 동시에 정신적 동지다. 두 사람은 1980년대 초반부터 베이징 문화계에서 알고 지냈다. 류샤오보가 1989년 톈안먼 사건으로 구속된 후 여러 차례 수감되자 첫 번째 부인은 아들과 함께 떠났고, 류샤오보는 류샤와 1996년 재혼했다. 류샤오보는 작년 12월 법정에서 "지난 20년 동안 내게 가장 큰 행운은 내 아내 류샤의 희생적 사랑을 얻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부인 류샤가 가택연금을 당한 데 이어 수십명의 다른 반체제 인사들에게도 중국 당국의 거대한 압박이 연일 가해지고 있다고 홍콩 빈과일보가 11일 보도했다. 빈과일보는 "노벨상을 축하하기 위해 지난 8일 밤 베이징 디탄(地壇) 부근의 '판쭈이(飯醉)'에 모였던 20여명의 지식인들이 체포돼 사흘째 석방되지 않고 있다"면서 "류샤오보와 함께 '톈안먼 사군자(四君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저우둬(周舵)씨도 집에 갇혀 있다"고 전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도 "베이징 경찰이 지난 8일 밤 베이징의 한 레스토랑에서 모임을 갖던 변호사와 블로거 및 활동가 등 민주화인사 17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런던에 사는 반체제인사 샤오장(邵江)씨도 "가오젠(高鍵)·자오펑성(趙楓生)·장융판(張永攀)·웨이창(魏强) 등 동지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데 이는 당국에 구금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영국 BBC에 말했다.
외부 세계의 중국에 대한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노벨상과 퓰리처상 수상자들이 포함된 국제펜클럽(PEN) 아시아·태평양 작가들은 11일 류샤오보의 즉각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류샤오보는 국제펜클럽 중국 본부의 회장을 맡은 적이 있고, 현재 호주 시드니 본부의 명예 회원이기도 하다. 대만의 중화인권협회 등 40여개 민간단체는 "중국 당국은 류샤오보를 조건 없이 즉각 석방하라"는 공동성명을 10일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또 노벨 평화상에 항의하는 뜻으로 이날 예정됐던 노르웨이와의 어업장관 회담을 취소했다. 유럽연합 외교관들의 류샤 면담 요청도 거부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