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10-12 08: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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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나를 맨 나중에”… “아니야, 내가 남을게”
“어제 광원들에게 구조 순서를 미리 정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하이메 마날리치 칠레 보건부 장관은 10일(현지 시간) 북부 산호세 광산 근처에서 내외신기자들을 불러놓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칠레 정부는 13일부터 이 광산에 두 달 이상 매몰돼 있는 광원 33명을 차례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디오카메라를 통해 이같이 전했더니) 이들이 뭐라고 했는지 아십니까? 한 사람이 대뜸 ‘장관님, 저는 맨 마지막으로 해주세요’ 하더군요. 그러자 또 한 친구는 ‘아니야. 내가 마지막이 될 거야’라고 했죠.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이 나서서 ‘내가 끝까지 남아야 돼’라고 했습니다.”
마날리치 장관은 “저마다 자기 욕구를 누르고 동료들에게 먼저 자유를 맛보게 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이 진정한 동료애를 발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지하에 갇힌 칠레 광원 33인의 휴먼스토리는 이어지고 있다. 무려 60여 일간 그리운 가족과 따사로운 햇빛을 보지 못한 가운데서도 이들은 서로 나중에 나가겠다고 양보하고 있다. 외신들은 광원들이 그동안 보여줬던 강한 연대의식은 마지막까지도 상대방을 위한 배려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 사람을 끌어올리는 데 약 90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 사람은 이틀을 더 지하에서 보내야 한다. 두 달 이상을 버틴 광원들에게 이틀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동료들이 하나둘씩 떠나는 동안 어두운 대피소에 남아야 하는 심리적 압박과 공포감은 어마어마한 무게로 다가올 수 있다.
칠레 정부는 대강의 원칙만 세워 놨을 뿐 아직 확정된 구조 순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그 위험도를 감안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나중에 구조되는 광원들은 체력적,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으로 정하고 중간에 허약한 집단을 배치할 계획이다.
성공적인 구조의 가장 큰 관건인 광원들의 건강 상태는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날리치 장관은 “지금까지 이들의 몸 상태를 파악해 본 결과 사고 발생 직전의 건강한 모습 그대로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구조대 측은 광원들이 빠르게 지상으로 구조되는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혈압 이상이나 혈액응고 현상을 보일 수 있다면서 이들이 아스피린을 복용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 지나친 긴장으로 인한 공황 발작을 막기 위해 심리학자의 조언에 따라 이들의 일정을 일부러 빠듯하게 관리하고 있다. 각종 탈출 준비, 지상과의 교신 등으로 광원들에게 두려움에 빠지거나 나쁜 상상을 할 시간 자체를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산티아고(칠레)=신치영 특파원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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