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화

집이 절이라 생각하고 사세요… 평화가 옵니다"청도=이한수 기자 hslee@cho

푸른물 2010. 10. 9. 06:21

집이 절이라 생각하고 사세요… 평화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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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10.06 23:16

'비구니 代母' 운문사 명성 스님
40년간 승가대학서 후학 길러 "예전엔 경전만 교육했지만 요즘엔 피아노까지 가르쳐"

경상북도 청도 운문사는 불교계에서 가장 큰 비구니 교육기관으로 유명하다. 조계종의 비구니 7000명 가운데 1700명을 배출한 '운문 승가대학'의 주역은 이곳에서 40년 동안 후학을 길러낸 명성 스님이다. 1977년부터 운문사 주지 겸 승가대학 학장을 맡고 있고, 현재 전국비구니회 회장이기도 한 명성 스님의 세수 80세, 운문사 주석 40년을 기념해 상좌 서광 스님이 쓴 평전 '후박꽃 향기', 명성 스님의 법문집 '즉사이진(卽事而眞), 매사에 진실하라', 명성 스님에게 보내온 편지글을 모은 '꽃의 웃음처럼, 새의 눈물처럼'(이상 불광출판사) 등 세 권의 책이 출간됐다.

거처인 죽림헌 앞에 선 명성 스님. 40년 동안 운문사를 대표적인 비구니 교육기관으로 키운 그는“가르치면서 일에 바쁘니까 외롭다거나 어렵다거나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불광출판사 제공
당대의 학승(學僧)인 관응 스님(1910~ 2004)의 딸인 명성 스님은 1970년 제의받은 동국대 교수직을 마다하고 운문사로 내려왔다. 4일 인터뷰에서 명성 스님은 "시골에서 공부하는 것은 서울에서 낮잠 자는 것만 못하다고 주위에서 말렸지만 비구니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까지 비구니도 비구에게 배웠는데 운문사에서 처음 비구니가 비구니를 교육하게 된 것이다. 비구니 교육과정도 점차 체계화하고 현대화했다. 명성 스님은 "예전에는 경전만 교육했지만 이제는 동양철학과 서예, 피아노까지 가르친다"면서 "한문 경전 위주의 내전과 경전 이외의 외전을 겸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성 스님은 제자들에게 화를 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광 스님은 평전에서 사람뿐 아니라 미물에게도 화를 내지 않는 명성 스님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신 방에 제비가 집을 지어서 똥을 싸니까 '여기에 싸도록 해요' 하며 신문지를 깔아줬거든. 그런데 다른 데 싸는 거야. 그러면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요? 우리 학인들 닮아서 말을 안 듣나요?' 제비들 보고 이렇게 말하는 거야." 명성 스님은 "산에 이런 나무 저런 나무가 있듯이 (제자들은) 모두 장점을 가지고 있는 훌륭한 분들"이라며 "더 나은 역경(譯經)과 포교를 위해 훌륭한 인재가 양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명성 스님은 비구니 스님과 비구 스님의 위상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말을 아꼈다. "'물물(物物)이 각득기소(各得其所)'라는 말이 있지요. 숫자에도 일단위, 십단위, 백단위가 있듯이 자기가 선 자리에서 해야 할 임무를 다하는 것이 책임을 다하는 것입니다."

일반인을 위한 덕담을 부탁하자 명성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덕이란 말부터 무거운 말이지요. 모두가 가정을 가지고 있지요? 절에 와서 따로 수도할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가정이, 내가 있는 장소가 수도장이다 생각하면 가정이 평화롭고 국가가 평화로울 것입니다. 유마경에 '청정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일곱 가지 보석을 가지고 탑을 쌓는 것보다 수승(殊勝)하다'는 말이 있지요. 칠보탑(七寶塔)은 언젠가 망가지지만 청정한 마음은 성불(成佛)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