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의 계절… 전국 사찰서 축제·템플 스테이
당장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 듯 습기 가득한 바람이 스쳤지만 사람들의 행렬은 끊이질 않았다. 가족과 연인들은 카메라와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지난 21일 오후
경기 남양주 봉선사 앞 연밭 '승과원(僧科園)' 풍경이다.
- ▲ 서울 신촌 봉원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분홍색 연꽃 송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꽃들이 활짝 피면서 전국 사찰의 연꽃 축제와 템플스테이가 이어지고 있다. /김한수 기자 hansu@chosun.com
봉선사는 10여년 전 일주문(一柱門) 안쪽에 8000여평의 연밭을 만들었다. 조선시대 승과(僧科) 시험을 보던 장소인 이곳에 봉선사는 작년 남양주시의 지원을 받아 연밭을 가로지르는 나무 보도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바로 코앞에서 연꽃이 피는 모습과 향기를 느낄 수 있게 됐다. 이제 연꽃이 막 피기 시작하는 중이지만 사람들의 발길은 벌써부터 이어지고 있다. 의정부에서 남편·딸과 함께 온 황석인(60)씨는 "벌써 몇 년째 연꽃 필 때면 이곳에 온다. 연꽃을 보고 있으면 마음도 편안해진다"며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봉선사 관계자는 "7월 말~8월 초 연꽃이 필 즈음의 주말엔 500대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꽉 찬다"고 했다. 진흙 속에서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청정함을 잃지 않아 불교의 깨달음을 상징하는 연꽃―. '연꽃의 계절'을 맞아 전국 사찰에서 연꽃을 주제로 한 축제와 템플스테이가 마련된다. 올해 8회째인 봉선사 연꽃축제는 24일 저녁 산사음악회와 25일 오후 2시 연꽃가요제로 펼쳐진다. 산사음악회에는 퓨전국악밴드인 슬기둥과 15인조 국악단의 공연, 무용가 김삼진씨의 반야심경 주제 공연, 가수 마야의 콘서트가 이어진다.
- ▲ 공주 영평사 템플스테이. /영평사 제공
서울 신촌 봉원사도 18일부터 8월 1일까지 연꽃문화축제를 열고 있다. 봉원사에서는 도심 한가운데서 연꽃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대웅전 앞을 비롯한 사찰 곳곳에 설치된 대형 수조에서는 흰색과 분홍색 연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삼천불전에서는 사진작가로 잘 알려진 선암 스님이 갖가지 연꽃의 생태를 앵글에 담은 컬러 사진 30여점을 8월 1일까지 전시한다. 24일 오후 5시에는 모심기, 모내기, 보리타작 소리 등 '고성농요' 공연이 펼쳐지고, 31일과 8월 1일에는 연꽃가요제 예·본선도 열린다.
충남 당진 정토사도 24~25일 '백련사랑연꽃축제'를 개최해 댄스경연대회·사생대회와 백련요리시식, 백련화장품 체험, 다도체험 등 행사를 갖는다. 한편 연꽃으로 유명한 인천 강화 선원사는 올해부터 축제행사는 하지 않고 '연요리 먹거리와 꽃구경'으로 주제를 정해 연을 이용한 먹거리를 선보이는 차분한 분위기로 연꽃철을 보내기로 했다.
연꽃을 주제로 한 템플스테이도 열리고 있다. 충남
공주 영평사는 7월 3일부터 8월 22일까지 연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모두 5차례에 걸쳐 1박2일 프로그램인 '연꽃과 함께하는 영평사 템플스테이'를 열고 있다. 연꽃 템플스테이는 108배와 아침·저녁예불 등은 물론 사찰 주변 27곳 약 2000여평에 만들어진 연밭 둘레를 약 1시간에 걸쳐 산책하고, 연잎밥을 지어 먹고, 연꽃차를 만들어 마시는 등 연과 관련된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영평사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참가자들이 촬영한 영평사 연꽃 사진과 연꽃차에 얽힌 추억을 적은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영평사 관계자는 "영평사의 명물인 연꽃을 주제로 특화한 템플스테이에 대한 반응이 좋아 각 회차별 인원수를 늘려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