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나이아가라 - 문혜진 (1976 ~ )나이아가라 - 문혜진 (1976 ~ )

푸른물 2010. 8. 7. 05:58
나이아가라 - 문혜진 (1976 ~ )

살갗을 파고 드는 햇살 국경너머 젖은 거삼나무 비릿한 이끼 냄새 굉음으로 먹먹한 이 거대한 물의 장막 앞에서 나의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할 수 없을까? 악마의 목구멍에 추락하기 위해 밀려드는 이 황홀한 물의 심판대에서 조난 영화의 생존자처럼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할 수 없을까? 그늘진 계단에 앉아 끝없이 이야기를 풀어내던 밤 폭포처럼 계단이 흘러내려 우리를 멀리 쓸어버릴 것만 같았지 (중략) 몇 시간 뒤의 날씨를 점치는 구름과 물보라의 미세한 떨림 위로 터지는 아찔한 신의 오르가슴, 여기서 나의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까 !



젊은 시인, 문혜진이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하고 싶다고 외친다. 부서짐조차도 강한 생의 유혹인 장대한 폭포. 그 에너지 넘치는 폭포의 은유는 사랑에게로까지 달려간다. 그것은 ‘황홀한 물의 심판대’에 선다. 우리는 모두 ‘신의 오르가슴’에 떨리는 살을 맡긴다. 살아볼 만한 두 번째 인생! 시의 앞부분의 ‘없을까?’가 마지막 부분에서 ‘있을까!’의 긍정으로 슬쩍 바뀜을 놓치지 말라. 장엄하고 아름다운 신의 폭포인 이 삶. <강은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