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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간통·낙태·보호감호 법개정 방향 옳으나 세심하게 [중앙일보] 기사

푸른물 2010. 7. 28. 07:29

사설] 간통·낙태·보호감호 법개정 방향 옳으나 세심하게 [중앙일보]

2010.07.27 00:15 입력 / 2010.07.27 16:37 수정

법무부 형사법개정특별심의위원회의 시안(試案)이 윤곽을 드러냈다. 간통죄를 폐지하고, 보호감호제를 부활하며, 낙태의 제한적 허용을 검토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대부분 기존 법규와 변화된 사회 사이에 괴리(乖離)를 빚은 부분이다. 여기에 들쭉날쭉한 ‘고무줄 형량’이 없도록 작량감경(酌量減輕) 기준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시의에도 맞고 방향도 옳다. 다만 좀 더 논의가 필요하거나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할 대목도 있다. 또 미처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과 문제점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은 공청회를 통해 걸러내 ‘시대의 준거(準據)’를 세우길 바란다.

먼저 간통죄(형법 241조)는 이미 유명무실한 ‘식물 형벌’이다. 검찰의 기소 건수도 2000년 2627건에서 2008년에는 893건으로 줄었다. 구속자도 10명에 불과하다. 기소돼도 대부분 소(訴)를 취하해 유야무야되기 일쑤다. 그러니 간통죄를 두고 ‘불량 남편 손보기’ ‘위자료 챙기기 수단’ 등 비판이 따갑다. 특히 여성계는 “성적(性的) 자기 결정권을 제한한다”며 거세게 반발한다. 재작년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비록 ‘합헌’이었지만, 위헌 의견이 5명으로 더 많았다. 그럼에도 간통죄 폐지는 좀 더 의견수렴이 필요하다. 아직 ‘합헌’인 것은 “폐지하기엔 이르다”는 헌법적 판단이다. 따라서 사회문화적 충격파를 줄일 보완책과 사회경제적 약자인 여성의 입지를 보호할 민사상 장치 등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보호감호는 이중처벌과 인권유린 측면에서 민감한 사안이다. 1980년 국보위가 제정했다가 위헌 결정으로 2005년 폐지된 제도다. 그런 것이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성범죄가 잇따르면서 재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상습범에 대한 가중처벌 대신 보호감호를 도입할 만하지만, 적용 대상은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회적 격리 차원이 아니라 치료와 교화 프로그램으로 운용해야 한다. 특히 상습 성범죄자의 경우 ‘화학적 거세’와 함께 선택이 가능토록 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낙태죄(형법 269조)는 가장 의견이 분분하다. ‘생명 존중’이라는 가치에도 불구하고 개방된 성 풍조 속 미흡한 미혼모 대책, 부실한 육아 환경, 여성의 건강권 등 사회적 현실이 얽혀 있다. 하루 1000건 이상, 신생아 수의 78%에 해당하는 낙태가 이뤄지고 이 중 95%는 불법이다. 최근 단속을 강화하니 ‘원정 낙태’가 횡행한다. 불법 딱지와 단속만으론 한계가 있는 것이다. 낙태 허용 논의는 태아의 생명권, 그리고 신체의 건강을 감안한 여성의 선택권을 함께 존중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특히 종교계의 입장이 있는 만큼 관계 전문가들의 깊은 논의가 필수적이다.

현행 형법이 제정된 건 57년 전이다. 현대인을 ‘낡은 틀’로 얽매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시대 상황에 맞게 형법도 바뀔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시대를 관통하는 ‘헌법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 나중에 위헌 논란을 빚으면 이 또한 곤란하다. 앞으로 마련될 형법개정 최종안은 ‘동(同)시대적 합의’의 바탕 위에 다듬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