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선비의 고장' 경북 영주로 떠나는 초여름 나들이김형우 기자 hwkim@sports

푸른물 2010. 7. 23. 05:46

'선비의 고장' 경북 영주로 떠나는 초여름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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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춘과 초여름의 사이, 초목은 짙푸름을 더해가고 산야를 수놓은 들꽃들의 자태는 더욱 강렬하다. '선비의 고장' 경북 영주는 녹음이 짙어가는 이즈음에 찾아도 매력 있다. 굳이 부석사, 소수서원이 아니어도 보고 느끼고 체험할 게 한가득이다.

초록의 소백산을 핑크빛으로 점점이 물들여 놓은 철쭉꽃 기행이며, 1900년 세월을 넘나드는 죽령 옛길 트레킹, 그리고 유유자적 휘돌아 가는 물굽이 마을에서는 웰빙여행의 묘미를 듬뿍 느낄 수 있다. 초여름 싱싱한 대자연의 활기와 느긋한 선비의 정신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전통의 고장 영주로 향한다.

① 소백산 철쭉
초원 - 주목 군락과 어우러져 환상


겨울이면 하얀 눈을 머리에 이어 소백산(小白山)이라고 불리는 영주 소백산은 봄이면 광활한 능선에 화사한 꽃들이 만발한다. 소백산에 진달래가 시들면 원추리와 에델바이스, 철쭉이 잇달아 피어난다. 때문에 소백산은 봄이면 꽃이 피지 않는 날이 거의 없어 '천상의 화원'에 곧잘 비유된다.

소백산 자락은 초원과 철쭉, 주목군락과 철쭉이 어우러진 풍광이 압권이다. 정상 비로봉에서 동북쪽의 국망봉, 구인사 못 미쳐 신선봉, 연화봉 등 능선을 따라 철쭉이 무리지어 피어있다. 희방사에서 오르는 연화봉은 철쭉능선이 거대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소백산 주능선 철쭉군락은 5월 하순부터 그 자태를 뽐낸다.

정상 부분의 거센 바람 덕분에 잘 발달한 철쭉 군락이 만들어내는 녹색과 핑크빛깔의 조화는 가히 환상에 가깝다. 소백산 철쭉산행은 보통 죽령에서 비로봉, 희방사에서 비로봉 코스가 가장 인기 있다. 죽령에서 5㎞쯤 오르면 거대한 중계탑이 나타나는데, 도로는 중계탑을 오른쪽에 끼고 돌아 오른 다음 천문대로 이어진다.

희방사 길과 만나는 연화봉은 천문대 정문 안으로 들어서서 건물 북쪽 옆길을 따라야 한다. 죽령에서 연화봉 까지는 느긋하게 걸어 3시간이면 족하다. 희방사 기점 코스도 소요 시간은 엇비슷하다. 연화봉에서 비로봉까지는 완만한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된다. 등산로 훼손을 막기 위해 나무계단을 깔아 오르기 쉽다. 비로봉 정상에 오르면 주목과 철쭉이 빚어낸 하모니를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서 국망봉 까지 이어진 능선을 따라 철쭉군락이 펼쳐진다.

② 죽령 옛길
1900여년간 영남 - 충청 이어온 고갯길

걷기가 유행이다. 소백산 자락 영주에는 운치 있는 트레킹 코스가 여럿 있다. 그중 대표적인게 죽령 옛길이다. 죽령은 문경과 충주를 있는 하늘재에 이어 두 번째로 뚫린 영남과 충청을 잇는 고갯길이다. 158년에 열린 이후 신라-고려-조선시대를 거치며 영남의 주요 통로 역할을 한 군사도로이자 고속도로였다. 문경새재, 추풍령 등과 더불어 과거 영남에서 기호지방으로 가는 3대 통로 중 하나이다.

희방사역을 출발해 떠나는 옛길 트레킹 초입에서는 사과밭을 만난다. 발길을 옮길수록 숲은 점점 깊어만 간다. 반쯤 걸었을까. 보기에도 시원스런 매끈한 낙엽송이 숲을 이루고 서 있다. 죽령의 짙은 숲길은 완만해 걷기에도 편안하다. 말 세필이 지날 정도로 넓었다는 대로가 세월 속에 이제 두어 명 남짓 지날 만큼 좁다란 오솔길로 묵어 가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곳곳에 주막거리도 있었다. 지금은 퇴락한 돌담이 그 흔적을 말해주고 있다. 주막터를 지나면 평탄하던 길이 조금씩 급해진다. 상원사 동종 이야기가 적힌 안내판을 뒤로 하고 고갯마루까지(200m)가 가장 힘들다. 등에 땀이 꼽꼽해질 즈음, 희방사역을 출발해 1시간 남짓 걷다보면 국도 5호선과 만나는 고개 정상이다. 옛 고갯마루 주막거리 터에는 '죽령주막'이라는 새로운 주막이 자리하고 있다. 김치에 전을 곁들여 마시는 동동주가 갈증을 푸는데 그만이다.

세월무상. 죽령의 쇠락은 철도가 뚫리며 시작됐다. 1941년 중앙선 철로가 죽령 옆을 지나며, 그리고 60년대 5번 국도가 열리며 1900년의 빛나는 전통도 바래고 말았다. 이어 2001년에는 중앙고속도로가 고개 밑으로 뻥뚫리며 하루가 꼬박 걸려 넘던 죽령은 불과 2~3분 거리로 통과시간이 단축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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