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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숙의 달항아리. /갤러리현대 제공
두 사람은 왜 그토록 달항아리에 빠졌을까. 한국의 고유한 전통미를 보여주는 정수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한국의 대표적인 미(美)라고 하면 신라의 금관과 고려 청자, 조선의 달항아리를 들 수 있다"며 "달항아리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우리 고유의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달항아리는 중간에 이은 부분이 느껴질 정도로 정교하게 다듬지 않는다. 심하게 이지러진 것도 있어 처음 볼 때는 태작처럼 보인다. 기교에 집착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깊은 맛을 낸다. 기계적인 미끈함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맛이 멋으로 녹아 있다.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예민하게 느꼈던 김환기와 도상봉의 작품을 모은 ≪화가와 달항아리≫전(展)이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열린다.
김환기의 달항아리에 대한 열정과 탐미는 전시에 나온 작품 12점을 보면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수많은 달이 한꺼번에 둥실 떠오른 것처럼 환하고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는 "수화는 평화와 풍요를 상징하는 달항아리와 이를 들고 있는 여인을 통해 전쟁으로 인한 시름을 잊고자 했다"고 말했다.
도상봉은 달항아리의 은은하면서도 고고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개나리〉 〈안개꽃〉 등 꽃과 어우러진 달항아리는 도상봉의 붓끝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라일락〉은 집에 있던 라일락 나무에서 꽃을 꺾어 화실에 있던 달항아리에 꽂아 완성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의 화실에는 심하게 이지러지거나 한쪽이 깨진 달항아리 여러 점이 놓여 있었다.
- ▲ 김환기의〈항아리〉 /갤러리현대 제공
전시는 15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열린다. 무료입장 (02)519-0800
▶달항아리
달항아리는 조선 17, 18세기 경기도 광주 금사리가마와 분원가마에서 만들어진 백자(白磁)를 말한다. 대부분 높이가 40㎝ 이상이어서 백자대호(白磁大壺)라고도 한다. 원에 가까운 형태가 둥근 달처럼 보이기도 하고, 바닥에 닿는 굽이 입보다 작아 달이 둥실 떠 있는 것 같아 '달항아리'라고 불린다. 전체 몸체가 크기 때문에 2개를 각각 만든 뒤 맞붙여 형태를 만든다.
입력 : 2009.01.13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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