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이제 봉사로 경쟁합시다"
▲ '한국교회봉사단 대표' 김삼환 목사는 “현재의 위기는 국가적으로 단결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며“한국교회는 앞으로 사회에 봉사하고 섬기는 본연의 사명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성탄절이지만 올해는 마냥 징글벨 하기 어렵습니다. 내년 성탄절을 더 멋지게 보내기 위해서라도 올해는 모두가 이웃과 함께 해야 합니다. 자기만 위해 살면 재미없지 않습니까? 남을 위해 살아야 신나지요."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오전 서울 명일동 명성교회에서 만난 한국교회봉사단 대표 김삼환(63) 목사는 '봉사'와 '섬김'을 강조했다. 올 한 해 개신교계의 사회봉사활동의 앞줄에 서온 김 목사는 "봉사와 섬김이 개인과 교회, 국가, 민족이 사는 길이다. 한국교회는 이제 신도 수나 건물 등 세상적인 면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봉사를 통해 선의의 경쟁을 하며 하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회 역사관에 보관된 김 목사의 1982년 다이어리 첫 장에도 '누구든지 섬기겠습니다'라는 다짐이 자필로 적혀 있다.
김 목사는 직함이 많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장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한남대 이사장, 한국외항선교회 법인총재, 민영교도소 건설을 위한 재단법인 아가페 이사장 등 굵직한 직책들 가운데 그는 '한국교회봉사단 대표'에 애착이 간다고 했다. "봉사와 섬김은 예수님의 삶을 본받는 것이고, 한국 교회가 본분을 찾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수님은 스스로 몸을 낮추어 가난하고 소외되고 병든 사람들과 함께 했습니다. 목회자들도 예배를 드리는 제사장으로서 영광스런 옷과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작업복이 있어야 합니다."
김 목사는 지난해 태안 기름유출사고를 계기로 범개신교계가 결집한 한국교회봉사단 대표를 맡아 직접 현장을 찾아 자갈과 바위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기도 했다. 태안에는 연인원 60만~70만명에 이르는 개신교인들이 자원봉사에 나섰다. 김 목사는 "국가적 재난이 터졌는데 기도만 하고, 돈만 모을 수는 없었다. 직접 뛰어가야 했다"며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태안 봉사가 한국교회를 단합시킨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봉사에는 진보와 보수, 교회의 크기 등이 모두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섬김과 봉사는 올 한 해 개신교계의 키워드가 됐다. 서울 논현동 고시원 화재 참사 때에도 딱한 사정의 중국교포들의 장례를 도맡아 치렀다. 김 목사는 예장통합 총회장 취임 후 총회 임원들과 함께 노숙자 등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 지원하기도 했다.
명성교회는 1980년 '변두리 버스 종점' 부근의 명일동 상가 건물 한 층을 빌려 창립예배를 올렸다. 김 목사는 창립 직후부터 새벽기도회를 열며 '영성(靈性)'과 '야성(野性)' 회복을 호소했고, 젊은이와 남성 신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명성교회를 서울 강동지역의 대표적 교회로 성장시켰다. 경북 영양 출신인 김 목사는 어린 시절 무척 가난했다. 그는 "하나 둘이 없는 게 아니라 아무 것도 없었다. 밥 먹을 때는 숟가락도 빌릴 정도였다"고 했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일'을 하고 싶다는 희망에 "재미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도시가 성장하고 빌딩이 높아지는 만큼 그늘진 곳도 많아지는데 그 마음들을 쓰다듬어야 합니다. 모든 지도자들은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어두운 곳에서 따뜻한 불을 밝혔으면 좋겠습니다."
김 목사는 "지금의 위기는 IMF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IMF 때에는 미국 등 시장으로 수출하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지만 이번엔 세계적으로 모두가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가 "이번에야말로 남의 덕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국가적으로 단결하는 수밖엔 없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이제 화려했을 때 잘 입었던 사치스런 옷을 벗고 다같이 사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끼리 비난하는 것도 좀 참아야 합니다. 부자들은 창고 문을 열어야 합니다. 이렇게 우리가 단결하면 이번 위기도 훌륭히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조선일보(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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