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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한국의 모색 - 좌우를 뛰어넘다] 보수 대표논객 박효종 교수 '직격탄'

푸른물 2010. 7. 22. 05:02

2009 한국의 모색 - 좌우를 뛰어넘다] 보수 대표논객 박효종 교수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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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2.18 03:00 / 수정 : 2009.02.18 09:47

사진=허영한 기자 yonghan@chosun.com

"노무현 정부의 잘못 되풀이 이명박 정부, 아마추어 같다"
"자기편만 챙기는 인사 국정비전도 제시 못해 정권교체후 되레 불안"
"법·질서 반드시 지키되 동시에 약자 끌어안아 '따뜻한 보수' 보여줘야"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실패에서 배우지 못했다. 자기 편만 챙기는 인사도 그렇고, 명확한 국정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것을 보면, 아마추어 정부 같다."

보수의 대표논객인 박효종(朴孝鍾·62)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가 25일로 출범 1년을 맞는 이명박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박 교수는 작심한 듯, '아마추어 정부'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박 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 시민단체 '바른사회 시민회의'와 '교과서포럼' 공동대표를 맡아 국민을 편가르고 편향적인 한국근현대사 교육을 주도해온 정부, 진보 좌파 지식인들과 맞섰다. 그런 그가 "정권 교체 이후 오히려 불안하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1년을 돌아보니, 그가 비판했던 노무현 정부의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얘기는 무슨 뜻인가.

"인사(人事) 문제를 보면,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았는지 의구심이 든다. 내 편만 챙긴다는 인상을 강하게 줬다. 새로운 국정의 결의를 보여주려면 국가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의지가 인사에서 나타났어야 한다. 자기 캠프 수준을 넘어서는 인사가 있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에서 그를 찍었던 보수 우파에서도 지지를 철회한 사람들이 늘었다는 얘기다.

"보수 정부가 들어선 뒤 바뀐 게 없다는 평가 때문이 아닐까.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얻은 1150만 표를 생각해보면 국민들은 변화를 갈구했다. 그러나 아직도 이명박 정부의 국정 비전이 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품위 있는 공동체, 경쟁력 있는 국가를 위한 변화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미래를 제시하고, 반대자를 설득해서 따라오도록 만드는 것이 정치의 힘이다."

―작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촉발된 '촛불집회'로 정권이 휘청거렸다. 정부가 무엇을 잘못했는가.

"당시 사태는 대통령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반대파의 불복종 운동이 작용했지만, 집권 세력의 책임도 컸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한·미 동맹을 복원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설득하기를 기대했는데, 아마추어처럼 무질서하게 후퇴했다. 정치 리더십은 역경 속에서 진가가 나타난다. 상황이 잘 돌아간다면 리더십이 보여 줄 것은 없다."

―왜 그렇게 됐다고 보는가.

"노무현 정부의 아마추어성을 많이 비판해온 만큼 새 정부에선 프로다운 리더십을 기대했다. 그런데 보수가 막상 국정을 책임지게 됐지만, 여전히 아마추어 같다. 어떤 문제가 제기되면 눈치만 살피다 주저앉는다."

―최근 발생한 용산 철거민 참사가 또 사회적 긴장을 불러오고 있다.

"법과 질서는 국가의 생존에 필요한 절대 조건이다. 그러나 정부는 동시에 약자를 배려하고 끌어안아야 한다. 이 정부는 빨리 실적과 효율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한 것 같다. 안전은 법 질서 수호만 외친다고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어려울 때 정부가 손을 내밀어준다는 믿음을 줘야 국민들이 안전을 느낀다. 이번 참사는 철거민의 극한 투쟁이 원인이 됐지만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무한 책임을 진다. 정부가 마음 아파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줄 때 국민이 신뢰를 보낼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그 지지세력인 보수가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일각에서 비판한다.

"보수의 철학은 개인의 자율과 자유를 강조한다. 성장의 파이가 커지면 약자에게도 혜택이 돌아온다고 믿는다. 그러나 사회가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을 배려하는 손길을 항상 내밀고 있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정부와 보수 세력은 약자나 소외계층을 끌어안는 '따뜻한 보수'의 길을 보여줘야 한다. 진보는 시스템을 바꿔서 약자를 돕겠다고 하는 데 비해, 보수는 개인적으로 약자를 위해 베풀어 온 것이 서구의 전통이다. 성공한 보수는 자기 실현을 잘한 사람이다. 이젠 자기 실현에만 탐닉하지 말고, 자기 초월을 시도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는 여전히 갈등과 대립 관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는 서로 경쟁을 하는 거지,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박멸해야 할 적이 아니라는 뜻이다. 큰 정부가 좋은지, 작은 정부가 좋은지, 평준화 교육을 할 것인지, 경쟁 체제를 도입할 것인지, 한미 동맹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는 국민의 선택을 놓고 경쟁해야 할 사안이다. 각자의 지향은 다를 수 있지만, 최소한 공유하는 가치관이 있어야 한다. 좌·우를 막론하고 자유와 평등, 인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헌법 정신을 받아들여야 한다.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동료 의식을 가져야 한다."

―최근 일부 뉴라이트 단체들과 정부의 유착 논란을 어떻게 보는가.

"정치 권력은 감시 대상이다.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권력을 오·남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때 진보좌파 시민단체가 권력과 너무 가까워졌기 때문에 정권이 끝나자 한번에 가버렸다. 보수 시민단체가 지속 가능한 세력으로 남으려면 권력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박효종 교수는

박효종(朴孝鍾·62)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가톨릭대 신학과를 거쳐 서울대 윤리교육과에서 석사를 마치고 미국 인디애나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상대 교수를 거쳐 1999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품격 없는 시대가 나를 사회 참여의 길로 밀어 넣었다"고 했다.

2009 한국의 모색, 좌우를 뛰어넘다 시리즈. /김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