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취재차량 20여대·헬기 7대가 김씨 동선 실시간 중계
대한항공 폭파범 김현희(金賢姬·48·사진)씨가 검거 후 첫 해외 방문지인 일본에서 국빈급 환대를 받고 있다. 일본 정부가 마련한 소형제트기를 타고 입국해 부자들의 별장지로 유명한 나가노(長野)현 가루이자와(輕井澤)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 별장에 머물고 있다. 지난 4월 일본을 방문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와 달리, 일본 정부는 김씨의 도착 모습, 이동 상황, 숙소, 방문자 등 동선(動線)을 실시간 중계하듯 노출하고 있다.김씨가 탄 소형제트기는 모두가 잠들어 있는 새벽 4시 하네다공항에 내렸다. 흰 재킷에 검은 선글라스를 쓴 김씨는 검은 벤츠 차량에 타고 150㎞ 떨어진 하토야마 전 총리의 별장에 오전 7시 20분 도착했다. 일본 TV가 방송한 헬기 촬영 영상을 보면 김씨가 탄 차량을 중심으로 10대가 앞뒤로 고속도로 추월차선을 달렸고, 여성 경호원이 탄 경호 차량이 주행차선을 같은 속도로 달렸다. 이들을 언론사 취재차량 20여대와 헬기 7대가 추격하는 모습이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별장은 숲이 우거진 7200㎡의 부지에 면적 190㎡와 140㎡짜리 두 건물로 이뤄져 있다. 김씨가 머무는 건물은 거실과 침실 4개로 구성돼 있는데, 하토야마 전 총리가 야당 시절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민주당 간사장,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와 만찬회를 열었던 곳이다. 민주당 납치문제대책본부장을 역임한 하토야마 전 총리가 건물을 흔쾌히 빌려줬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이날 새벽부터 별장 앞에 대기한 취재진 100여명은 김씨 관련 뉴스를 TV를 통해 수시로 전했다.
- ▲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범 김현희씨가 탑승한 일본 정부의 특별기가 20일 오전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자 일본 정부와 경찰 관계자들이 김씨를 맞이하기 위해 탑승구 앞에 모여 있다. /로이터 뉴시스
- ▲ 김씨는 공항에서 나가노(長野)현 가루이자와(輕井澤)에 있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의 별장으로 이동했다. 그는 23일까지 일본에서 머물며 나카이 히로시(中井洽) 납치문제담당상 및 납북된 요코다 메구미씨의 부모 등과 면담할 예정이다. /AFP 연합
원래 일본은 징역 1년 이상 판결을 받은 범법자의 입국을 허가하지 않는다. 김씨가 공작원 시절 일본 위조 여권을 사용한 범법 행위도 시효(時效)가 지나지 않았다. 비판 여론도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런 장벽을 '법무장관 특별허가'라는 방식으로 돌파했다. 이날 기자들은 나카이 장관에게 "퍼포먼스 아니냐"고 물었다. 나카이 장관은 "퍼포먼스라면 선거 전에 했을 것"이라며 부인했다. 그는 "새로운 증언이 나오면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에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