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설] 김영란 대법관의 아름다운 퇴임을 보며 떠오르는 생각기사 100자평(1

푸른물 2010. 7. 22. 03:43

사설] 김영란 대법관의 아름다운 퇴임을 보며 떠오르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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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7.20 23:13 / 수정 : 2010.07.20 23:20

 
여성 대법관 1호로 6년 임기를 채우고 다음 달 퇴임하는 김영란 대법관이 "퇴임 후 단독 개업이든 법무법인이든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겠다. 대법관 경험을 살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청빈(淸貧) 판사로 꼽혔던 조무제 전(前) 대법관이 2004년 8월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마다하고 모교인 동아대 교수직을 택한 것이 화제가 된 일이 있다. 그 후 퇴임한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김황식 전 대법관은 현직에서 감사원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나머지 12명 중 영남대 석좌교수로 옮긴 경우를 제외한 11명은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다. 10명은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 또는 고문변호사로 있고 1명은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대법관을 그만두고 나면 변호사 일을 하는 게 우리 법조계의 관행으로 굳어졌다.

대법관은 우리 사회 분쟁과 갈등의 최종 판결자이자 인권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맡는다. 그런 대법관이 물러나자마자 법률 분쟁의 한쪽 당사자로 법정에 서는 것이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대법관 퇴직 연금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대법관이 종신직인 미국이나 정년이 73세인 일본과 직접 비교하는 것도 무리가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에선 퇴임 대법관이 변호사 사무실을 연다는 건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주로 대법원 사건을 맡게 된다. 현직 대법관은 얼마 전까지 동료 대법관이었던 사람이 쓴 상고이유서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맡은 사건은 본안 심리 전에 기각되는 '심리 불속행' 기각률도 다른 변호사 사건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대법원 사건은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에게 몰리게 된다. 대법관을 마친 뒤 5년 동안 수임료 수입만 수십억원이었다는 얘기가 화제에 오른 적도 있다. 이를 보며 하급법원이나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대법관 출신도 전관예우(前官禮遇)에 기대는데 우리라고 못할 게 뭐냐"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몇몇 자리는 재직 중은 물론이고 퇴임 후 행동거지까지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될 때도 됐다. 검찰총장으로 국가 최고수사기관을 지휘하던 사람들이 퇴임하자마자 국회의원 공천장을 받아보겠다고 정당 총재 집을 찾아가서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나 유명 대학 총장 출신들이 이 자리 저 자리 기웃거리는 모습은 자신이 지냈던 자리의 권위를 손상시키고 후배들을 민망하게 만드는 행동이다. 김영란 대법관의 깔끔한 은퇴 모습에 여러 생각이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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