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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모를 둔 황군의 엄마가 퇴근하기 전까지 돌보는 김모 할머니이다. 김 할머니는 매일 황군 동생을 집에 데려다 주고, 간식을 만들어 준다. 황군 형제에게 옛날 얘기도 들려주고, 동화책도 읽어준다.
할머니는 이렇게 약 2시간 동안 황군 형제를 돌봐주고 정부로부터 월 20만원을 받는다. 노인들이 맞벌이 부부 자녀 등 방과 후 혼자 집을 지켜야 하는 아이들을 돌보게 하는 강원도 춘천시의 바우처(voucher·이용권) 서비스인 '나이트 케어(Night Care)' 프로그램 덕택이다. 특별한 소득이 없는 할머니에겐 쏠쏠한 '자금'이다. 반면 황군 엄마는 아이를 맡기는 대가로 월 4만원만 부담한다. '소외된 아동에 대한 복지 혜택 제공'과 '노인 인력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셈이다.
- ▲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 주택가의 한 가정에서 웅진씽크빅 독서지도교사 임진희(35씨가 31개월 된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 어주고 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만 2세~6세 아동들 가정을 방문해 동화책을 읽어 주는 '독서지도교사'를 1년 남짓 하고 있는 임진희(여·35)씨도 바우처 제도를 통해서 일자리를 구했다. 임씨는 2007년까지 전업 주부였다.
임씨는 요즘 주 5일간 하루 5시간씩 이 일을 하고 있다. 월급은 120만원 안팎이다. 임씨는 "원래 아이들을 좋아해서 일이 즐거운 데다 가계에도 도움이 돼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복지부와 함께 바우처 사업의 하나로 '아동인지능력향상 서비스'를 진행 중인 웅진씽크빅은 2007년 독서지도교사로 전업 주부 등 1000여 명을 고용했다. 이 사업에는 웅진씽크빅뿐 아니라 대교·구몬 등 8개 교육 전문 업체가 뛰어들었다. 그 결과 3만7500여명이 독서지도교사 일자리를 구했다. 이 중 여성이 3만2700여명으로 87%에 이른다.
전북 군산시에서는 필리핀·일본·중국 등지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외국인 주부 37명이 외국어 방문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군산 지역의 복지관 등에서 한국어·한국음식 조리법 등을 배우던 복지서비스 수혜자였던 이들이 어느새 시혜자가 된 것이다.
◆바우처 사업으로 일자리 7만여 개 늘어
보건복지부가 2007년부터 시작한 바우처 사업은 저소득층에게 일자리를 줌으로써 스스로 자활(自活)하게 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복지부는 2008년 말 기준으로 바우처 사업으로 창출된 일자리 수는 6만9771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 단체와 지역 복지관 등이 지역 특성과 수용에 맞게 바우처 서비스를 개발한 '지역사회서비스' 분야에서 1만5575개,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인 지원 사업에서 1만2500개의 일자리가 생겨났다.
복지부 사회서비스기반과 이경수 과장은 "바우처 사업의 특징 중 하나는 과거 복지서비스의 대상자였던 저소득층·노인·주부 등이 바우처 사업으로 인해 일자리를 찾게 된다는 점"이라며 "서비스 제공자와 수혜자가 모두 상생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사회복지 서비스 사업은 제조업이나 건설업과는 달리 사람이 몸을 움직여 하는 일이 대부분이어서 고용 창출효과가 월등하다. 실제 2001년부터 5년간 늘어난 32만명의 일자리 중 보건·사회복지사업 등 사회서비스 분야의 일자리가 14만6000여 명으로 45.5%에 이른다. 반면 제조업에서는 매년 8000여 명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체 참여해 일자리 증대 효과 높아
바우처 사업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효과는 정부 재정을 투입해 '억지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고용정책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 복지기관뿐 아니라 전문 기업들도 참여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투자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 진흥 프로그램 개발업체인 ㈜엑스포웰은 2007년 5월 바우처 사업의 하나인 '비만아동관리서비스' 사업에 뛰어들면서 전국의 체육학과를 졸업한 청년 구직자 240여 명을 채용했다. 이들은 비만 아동들에게 체계적으로 운동을 지도해 주고,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교정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사 윤종채 사장은 "바우처 사업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올 하반기쯤 외국에 진출하게 되면 고용 효과는 훨씬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에서 전자 줄넘기, 비만 어린이 활동량 체크 카드 등을 개발해 미국과 유럽 등으로 수출하면 연구·개발 분야에서도 고용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정부가 복지서비스를 관(官) 주도형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바우처 사업으로 전환하려는 이유도 이처럼 고용 측면에서도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 등은 "바우처 시스템을 통해 일자리를 얻은 사람은 전부 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이어서 결국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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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의 한 가정집에서 웅진싱크빅 방문교사가 어린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입력 : 2009.01.13 03:20 / 수정 : 2009.01.13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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