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식 교육' 벗어나 외국어·현대 학문 등 근대적 대학 시스템 도입
출가자 수 급격히 줄고 한문 모르는 신세대 스님 늘어…
"합리적·현대적 안목으로 세계 불교계 선도해야"
오랫동안 전통 방식으로 이뤄지던 사찰의 스님 교육에 근대적인 대학 시스템이 도입된다. 이에 따라 전통 사찰에서 공부하는 스님들도 한문 외에 영어·중국어·일본어 등을 배우게 된다. 또 '불교사회경제학' '불교사회복지학' '불교생태학' '비교종교학' 등 현대적인 과목과 팔리어(語)로 된 초기 불교 경전 등도 공부한다.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 스님)은 6일 지난 6개월 동안 광범위한 의견 수렴과 공청회 등을 바탕으로 마련한 '승가교육 개편안'을 전국 교구본사 주지회의에 보고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한문 교재 위주의 서당식 교육에서 벗어나 승려들의 기본 교육기관인 승가대학(강원)을 대폭 현대화하고, 대학원 과정도 특수화·전문화한다는 것이다.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해 치문(緇門) 사집(四集) 사교(四敎) 대교(大敎)반 등 4년 과정으로 운영돼 온 전통강원식 승가대학 과정은 1~4학년, 1학기 16주, 주6일, 1일 수업시간 2교시(1교시는 90분) 이상으로 바뀌게 된다. 승가대 4년을 통해 승려 기본 교육을 받은 이후에 '한문 불전(佛典) 승가대학원' '율학(律學) 승가대학원' '선학(禪學) 승가대학원' '초기불교 승가대학원' 등 신설되는 대학원에서 전문·심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새 시스템으로 변환하는 비용은 종단에서 부담한다.
- ▲ 앞으로 조계종 스님들은 각 사찰의 승가대학에서 영어·일본어·중국어 등 외국어와 팔리어(語) 초기불전을 배우도록 조계종의 승려교육 시스템이 개편된다. 사진은 해인사 승가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스님들의 모습. /해인사 제공
교육원이 승가교육제도 개편에 나선 데는 조계종이 맞닥뜨린 상황 변화도 작용했다. 우선 출가자 수가 급감하고 있다. 올해 행자교육원 수료자는 266명으로 지난 2000년 528명의 절반 수준이다. 또 중앙승가대는 학년당 120명 정원의 절반 정도인 60~70명이 재학 중이다. 또 한문을 잘 모르는 신세대 스님들이 출가하면서 한문으로 된 교과과정을 개편하고 현대 학문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사 학위를 받거나 박사 과정을 수료한 스님이 300여명에 이르고 불교와 관련해 현대 학문을 가르칠 사람도 1200명 정도나 돼 교수진 확보에 문제가 없다는 점도 바탕이 됐다.
이번 승가교육제도 개편안에는 갑작스러운 변경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각종 유예장치도 마련됐다. '선가귀감' '금강경' 등 기존의 한문 불전 강독 과목을 유지하고, 조석(朝夕)예불, 대중 운력(육체노동), 참선과 염불 등 사찰 생활의 기본을 배우도록 했다. 하지만 아직 선승(禪僧)을 양성하는 기초선원은 전국선원수좌회와 의견 조율이 끝나지 않아 이번 개편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응 스님은 "이제는 승가교육도 현대사회에 맞는 지혜를 갖추고 자비행을 실천하는 스님을 길러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더구나 조계종은 세계적으로 드문 규모의 종단이므로 합리적·현대적 안목으로 세계 불교계를 선도할 스님을 양성하는 데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