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화

'정의란 무엇인가' 철학책 돌풍 까닭은?이한우 기자 hwlee@chosun.com 기자

푸른물 2010. 7. 10. 07:15

'정의란 무엇인가' 철학책 돌풍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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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7.09 08:00

美번역서 하루 1만부 팔려…
출판계 "현실 불만 반영", 좌파 지식인도 "열독 중"

지난 5월 말 번역 출간된 미국 하버드대 정치철학 교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원제 Justice·김영사)가 40일 만인 8일 11만부를 돌파하며 주요 대형서점에서 종합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판매량도 하루 2000~3000부 정도이던 것이 이번 주 들어 하루 1만부로 급상승하고 있다. 철학서가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것은 2000년 1월 김용옥씨의 '노자와 21세기' 이후 10년 만이다.

출판계와 문화계에서는 책이 가장 안 팔리는 월드컵 대회 기간에 쉽지도 않은 책이 폭발적으로 팔린 배경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박은주 김영사 대표는 "처음에는 30대 남성이 주 독자층이었는데 이제는 20대 독자가 크게 늘었고 여성독자도 40%나 된다"며 "아마도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을 이 책에서 발견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소설가 김영하씨가 최근 트위터에 올린 글도 같은 맥락이다. "좋은 책이 잘 팔리는 일이 그렇게 흔한 것은 아닌데, 그동안 정의보다는 생존원칙이 압도해 온 우리 현실에서 독자들이 얼마나 윤리적 판단의 길잡이를 그리워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인 듯."

책이 딱딱한 주제를 알기 쉽게 녹인데다가 참여형 강의를 옮겨놓아 독자들이 자기가 놓인 상황을 바로 평가할 수 있는 점이 매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행정학)는 "정의란 개념 자체를 추상적으로 논하지 않고 사람들이 일상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제시한 뒤 공리주의적 해법과 자유주의적 해법을 각각 던져 독자들이 스스로 생각하게 한 다음 공동체주의로 자연스럽게 인도하는 강의법이 책에 그대로 녹아 있어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샌델은 애국심이나 가족 배려 등을 중시하는 우파 입장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좌파적으로 오독(誤讀)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좌파 소장 지식인들이 중심이 돼 '정의란 무엇인가' 토론회가 열렸고, 유시민 전 장관도 트위터에 이 책을 열독 중이라는 글을 올렸다. 김형철 연세대 교수(윤리학)는 "현실적으로 마땅한 이론적 대안을 갖지 못한 좌파들이 책 제목에 기대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하는 것 아닌가 싶다"면서 "하지만 현재 집권세력이 얼마나 문제가 많으면 우파 담론이 좌파 담론으로 바뀌게 되었는지도 반성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하버드 최고 인기강의 샌델 교수, 정의를 정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