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외국인은 이해 못해" 눈·귀 막은 이스라엘

푸른물 2010. 7. 3. 07:32

외국인은 이해 못해" 눈·귀 막은 이스라엘
가자 사망자 1000명 넘는데도 거의 전달안해
방송선 "국경 지역의 닭들은 괜찮은가" 보도
김연주 기자 carol@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가자 국경 지역에 사는 닭들은 어떻게 로켓이 터지는 환경에 적응할까요?"

이스라엘군에 의한 가자(Gaza) 지구의 사망자가 900명을 넘어선 지난 12일, 이스라엘 국민들은 국영 라디오 방송에서 '닭의 삶'에 대해 듣고 있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이 라디오 코너는 원래 하마스(가자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가 쏘는 로켓 발사를 경고하거나 이스라엘측 피해를 알리기 위해 마련됐지만, 이스라엘측 피해가 적어 보도할 것이 없었기 때문.

대신 이스라엘 언론은 이번 전쟁에서 자국인 13명이 사망한 사실만 집중 보도하고 있다.

지난 6일, 가자 난민촌의 유엔학교에 있던 40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인 70명이 희생되는 최대(最大) 참사가 벌어졌다.
▲ 팔레스타인 가자시티 주민들이 14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잿더미가 된 한 건물 주변에 모여 있다. 이스라엘의 공습 19일째인 이날까지 가자지구에선 1000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다. /로이터 뉴시스
그러나 이스라엘 언론은 이스라엘 아이 한 명이 하마스가 쏜 로켓에 살짝 다친 것을 더 크게 보도했다. 이스라엘 일간지 예루살렘포스트 웹사이트는 가자지구 희생자가 1000명을 넘어선 14일에도 이스라엘 병사 2명의 사망 소식만을 크게 다뤘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희생자에 대한 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스라엘 언론은 이런 일방적인 보도 행태를, "국민들이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스라엘TV 채널10의 해설자 모티 키르센바움(Kirshenbaum)은 "우리는 전쟁 중이고 이스라엘 사람들의 관심사는 전쟁터에 나간 가족과 로켓 이야기"라며 "언론인 역시 전장에 가족이 있기 때문에 우리 편을 먼저 알아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인 스스로도 눈과 귀를 막고 있다. 아랍TV 등 외국 방송도 방영되지만, 대부분 보지 않는다. 예루살렘 서점에서 일하는 야엘 웨인버그(Weinberg·24)는 "외국 방송은 이스라엘을 이해하지 못하고, 전쟁을 제대로 다루지도 않기 때문에 안 본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인 브라차 시어도로(Theodorou)는 "그들(가자 시민)이 안타깝지만 유혈 참사는 보고 싶지 않다"며 "전쟁은 원래 비열하고 예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13일 이런 이스라엘인들에 대해 "다른 나라는 모두 틀렸고 자신들만 옳다고 믿어, 이스라엘 내부에서 가자 침공에 비판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물론 국제사회의 여론에 귀를 닫는 태도를 우려하는 내부의 목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Haaretz)는 14일 외국 주재 이스라엘 외교관의 말을 인용, "국제 사회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평판이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