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이민자·변호사 출신진보 성향… 아직 미혼
의회·정부내서 지지 높아 위기의 노동당 구원투수로
호주의 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노동당은 24일 캔버라 연방의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줄리아 길러드(Gillard·48)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노동당 대표 및 총리로 선출했다. 길러드 총리는 케빈 러드(Rudd) 전 총리와 이날 경선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러드 전 총리가 투표 직전 돌연 경선 포기를 선언하면서 투표 없이 만장일치로 선출됐다고 BBC는 전했다.
- ▲ 24일 캔버라 연방의회에서 줄리아 길러드 신임 총리가 기자회견 도중 손가락으로 뭔가를 가리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진보적 성향의 길러드 총리는 정가에서 여장부(女丈夫)로 불리며 의회와 정부 내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다. 사상 첫 여성 부총리이자 첫 이민자 출신 부총리 기록을 갖고 있다가 이번에 두 기록을 모두 '부총리'에서 '총리'로 바꾸었다. "여성 총리도 호주에 처음이지만 집권 1기인 총리를 소속당에서 끌어내린 것도 호주 정치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길러드 총리는 1961년 영국 웨일스에서 광부의 딸로 태어나 4살 때 호주로 이민 왔다. 어릴 때 폐렴을 앓자 부모는 기후가 온화한 호주 이민을 결정했다. 멜버른대에서 예술과 법학을 전공했고 정계에 입문하기 전까지 노동관계법 분야 변호사로 일했다. 1998년 연방의회 하원 노동당 소속 의원으로 선출되면서 본격적으로 정계에 발을 내디뎠고, 2007년 노동당이 집권에 성공한 뒤 부총리 겸 교육장관으로 발탁됐다. 헤어드레서인 남자 친구를 두고 있지만 결혼하지 않았고 자식도 없다. 고교 시절 남학생만 편애하는 남자 교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할 만큼 권위에 도전하길 겁내지 않았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웨일스의 노동운동가 나이 베번을 꼽는 길러드는 대학 시절 전국 대학생총연합 의장을 맡기도 했다.
길러드는 총리에 선출된 직후 연방정부 개각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연말 총선에 대비해 당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그가 "천연자원 이익세 부과를 재검토하겠다"며 세금문제를 제일 먼저 들고 나온 것도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동당 정부가 여론 주도층인 광산 재벌과 싸우는 모습이 국민들 사이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준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러드 전 총리가 추진해온 천연자원 이익세 부과정책은 오는 2012년 7월부터 철광석과 석탄 등 천연자원 생산업체를 대상으로 기존 법인세 이외에 연간 이익의 40%를 천연자원 이익세로 징수해 사회복지 분야에 투입하기로 한 것이 골자지만 노동당 지지율 하락의 주원인으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