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낙 前 가천의과학대 총장, 가을학기부터 명지대 박사과정
"요즘 '화백'이란 말이 있죠. '화려한 백수'라고. 은퇴 후 무료해서가 아니고, 그동안 미술에 가졌던 관심을 정리하려는 생각에서 입학하게 됐어요."- ▲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이 전 총장은 독일 뮌헨대 의대를 다니던 1960년대부터 유럽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아 그림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독일 교수가 명화(名畵)에 나타난 피부 증상에 대해 강의하는 것을 듣고 '예술을 저렇게 볼 수도 있구나' 하는 충격을 받았다. 그는 1975년 귀국 직후 국립박물관에서 조선시대 초상화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간암 증세에서 보이는 피부 현상, 곰보와 검버섯, 기미와 백낙(백반증·피부가 희게 변하는 현상) 등 여러가지 피부병이 섬세하게 묘사된 것이었다. 그 이후 박물관과 고미술상 등을 찾아다니며 조선시대 초상화를 거의 섭렵했다.
이 전 총장은 동양 3국의 초상화에 대해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피력했다. 중국 초상화는 권위적이고 화려하고, 일본 초상화는 얼굴에 '분칠'을 많이 하는 것이 특징이며, 한국 초상화는 소박하고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 그린다. "승정원일기에 '터럭 하나도 다르게 그리면 다른 사람이 된다'는 기록이 있어요. 조선시대 초상화에 나타난 격조 높은 화풍을 보면서 우리 선조들에 대해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됐습니다." 이 전 총장은 "아직 세부 전공을 정하지는 못했지만 강의를 성실히 들어 기초를 닦고 대학원생으로서 학교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