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무방비 학교 … 본지 기자, 초등학교 4곳 직접 가보니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 자기가 다니던 학교 복도에서 끌려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엄마들이 하교하는 자녀를 기다리고 있다. [강정현 기자] | |
이날 본지 기자 두 명이 찾아간 서울 시내 다른 초등학교도 마찬가지였다. 동대문구와 강남구의 4개 초등학교를 확인한 결과 모두 경비실이 없었다. 또 외부인인 기자가 학교 정문을 통과해 건물에 들어가 복도를 걸어다니고 빈 교실을 기웃거려도 누구 하나 제지하는 이가 없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서울 지역 초·중·고 2000여 곳 중 90%가 학교를 개방하고 있다. 학부모는 물론 외부 사람들이 언제든지 드나들 수 있다. 등·하교 시간을 20분으로 정해놓고 그 시간에만 교문을 개방하는 프랑스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프랑스는 ‘아동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반드시 부모가 학교에 데리고 와야 한다’는 도로교통법 규정도 마련해 놓고 있다.
사진은 10일 경찰이 공개한 초등학생 성폭행범 김수철의 모습. 지난 7일 체포되면서 경찰과 격투를 벌이다 눈 부위에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목에 보호대를 한 것은 체포 직전 김이 커터 칼로 자해한 상처를 치료한 것이다. [서울영등포경찰서 제공] | |
학부모 박모(39·여)씨는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여자 아이가 납치됐다는 말을 듣고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박씨는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학교 교문 앞까지 아이를 바래다 줬다는데 학교 안에서 그런 일을 당했다니 학부모가 교실까지 들어가 수업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느냐”고 열을 올렸다.
학부모들은 모든 학교에 경비실을 설치하고 경비원의 교내 순찰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국대 곽대경(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비용이 아무리 들더라도 아이들이 안전한 보호망 속에서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대 표창원(경찰행정학) 교수는 “이전에도 학교가 위험하다는 징후는 많았다. 김길태도 학교에서 범행을 저지르려 했고, 대전에서도 학교에서 성폭행 사건이 있었다”고 말했다. 표 교수는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나 학교는 흉악범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는 게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수철 ‘반사회적 성격장애’ 진단=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브리핑에서 김수철이 성격장애로 정신병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은 지난해 스스로 정신과 병원을 찾았다. 이때 김은 ‘반사회적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다. 김은 경찰에서 “맥주를 마시면 성적 충동을 느낀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여자에게 열등감이 있다”는 진술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은 “18세 때 공장에서 일하다가 맘에 두고 있던 경리 여직원으로부터 ‘주근깨가 많아서 싫다’는 말을 듣고 여성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고아원에서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김은 결혼한 적이 없다. 성장 과정도 불우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가 숨져 부산의 한 고아원에서 3년 정도 지냈다.
글=송지혜·김효은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