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극복한 사람들은 "암과의 싸움에서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좌절하기 쉬운 암 환자를 늘 곁에서 지켜보는 가족들의 관심이 가장 큰 힘이 되기 때문이다. 암 환자가 가족에게서 받는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는 최고의 치료제다.
● 김성용·한순전씨 부부… 부부 모두 혈액암 진단서로 지켜주며 이겨내
◆ 암으로 다시 피어난 부부애
김성용(54·대학강사)씨와 한순전(49·간호사)씨 부부는 똑같이 혈액에 암세포가 돌아다니는 혈액암 환자였다. 남편 김씨가 2001년 11월 먼저 혈액암 판정을 받았고, 5개월 뒤인 이듬해 4월 부인 한씨도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 ▲ 지난 3월 22일 서울 증산초등학교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혈액암을 이겨낸 김성용(54·오른쪽), 한순전(49)씨 부부가 함께 수영을 하고 있다.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남편이 먼저 혈액암에 걸렸을 때, 암으로 세상 떠난 환자들을 수없이 봤던 한씨는 매일 밤 눈물로 지새웠다. 대학강사인 남편은 항암치료 후유증에 시달렸지만 생계를 위해 강단에 계속 섰다. 한씨는 “묵묵히 견디는 남편을 먼저 보내야 한다고 생각할 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했다. 하지만 자기 왼쪽 겨드랑이에 생긴 멍울이 암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씨는 “남편과 같은 혈액암 판정을 받은 날 아들 둘, 남편과 함께 부둥켜 안고 펑펑 울었다”고 했다. 부부가 침대에서 함께 자고 일어나면 양쪽 베개에 모두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져 있었고, 서로 초췌해진 몰골을 보며 눈물로 하루를 시작했다.
암을 앓던 한씨는 2002년 8월 어머니까지 잃었다. 한씨 어머니는 “자식 부부가 저렇게 됐는데 살아서 뭐하냐”며 혈압약을 끊어버렸고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부부는 서로를 바라보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 “내가 꼭 당신을 살리겠다”는 말로 함께 삶의 의지를 불태웠다. 서로 마음이 약해질까봐 “힘들다”라는 말은 꺼내지도 않았다. 자기 전에는 힘든 치료를 잘 이겨냈다며 서로의 머리를 쓰다듬고 환한 미소를 주고받았다. 한씨는 “남편은 자신보다 내가 살기를 바랐다”며 “아픔을 겪으면 겪을수록 부부 사이가 더 좋아졌고, 서로 정말 귀하고 없어선 안될 존재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김씨는 2006년 완치됐고, 한씨는 올해 완치돼 부부가 6개월마다 정기검진만 받으며 건강하게 살고 있다. 부인 한씨는 “지금도 가끔 자다 일어나 옆에서 잠자는 남편을 보면 곁에 있어줘 너무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