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도권III] [이슈 앤 현장] "예절 깍듯하면 강도도 감동시킨다"김진명 기자

푸른물 2010. 3. 10. 07:52

수도권III] [이슈 앤 현장] "예절 깍듯하면 강도도 감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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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2.15 21:55 / 수정 : 2010.02.15 22:01

경기도 교육국의 '좋은 성품 가꾸기' 프로그램
효·봉사, 사회 확산키로… 시도공무원·사회지도층에'서번트 리더십' 교육
효행지도사 100명 양성, GG콜택시엔 '버추 카드'

'사람 사이의 예절이란 무엇인가' 고민하게 되는 계절이다. 설을 쇠고 나면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지기 쉽다. 오랜만에 찾아뵌 친척 어르신께 "집안에 소홀하다"는 질책을 들었다든가, 거꾸로 부쩍 자란 조카 아이의 당돌한 말투에 깜짝 놀랐다든가. 평소 반쯤 잊고 살던 사람들과 며칠 부대끼고 나면 '전통의 가치' '인성' 같은 단어가 새롭게 보인다.

다행히 올해 경기도에선 그런 문제를 놓고 혼자 고민할 필요는 없겠다. 경기도 교육국이 '좋은 성품 가꾸기'를 주제로 평생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건강한 사회는 물질적 풍요보다 정신적 성숙에 바탕하고 있다는 공감 위에 '인성교육'에 집중하려는 시도다. 크게 보면 ▲예절·질서에 대한 인식 제고 ▲전통적 가치의 중요성 인식 ▲인성문화 중요성에 대한 인식 확산이 목표다.

작년 경기도청소년수련원의 예절관 개관식에선 학생 30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통 성년례 재현 행사가 열렸다. 예절과 질서를 바로 가르치는 인성 교육은 경기도가 고심 중인 과제 중 하나다./경기도 제공

현대적 가치로 재해석한 '효'

'좋은 성품 가꾸기'의 첫번째 프로젝트는 효(孝)를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효행을 장려하는 것이다. 영국의 학자 아널드 토인비(Toynbee)는 "장차 한국문화가 인류 문명에 기여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효 사상이다"란 유명한 말을 남긴 바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나이든 세대와 젊은 세대의 간극이 벌어질수록 효 사상은 서로 존중하는 데 기본이 된다. 일방적 복종이 아닌 쌍방향적 소통의 가치로 본다면 효의 의미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충분히 통용될 수 있다. 의정부시가 작년 시민 204명을 대상으로 벌인 효 교육의 결과도 좋았다. 교육을 받은 시민의 68%는 '내용이 좋으니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효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경기도는 우선 다음달 중 효의 현대적 가치를 찾기 위한 학술토론회를 연다. 효 교육에 대한 수요는 높지만 지도사가 없어 실시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해 '효행지도사'도 적극 양성할 계획이다. 다음달부터 6월까지 4개월 동안 5400만원을 들여 경기남부와 북부에서 각각 50명에게 일주일에 한 차례 8시간씩 교육한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엔 이들을 인재개발원, 청소년수련원, 각 시·군 시민대학, 주민자치센터, 초·중·고교, 군부대 등으로 파견해 효 교육을 확산할 예정이다.

봉사 가르치는 '서번트 리더십'

흔히들 얘기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실 아주 복잡한 것이 아니다. 높은 데 있을수록 몸을 낮추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친절히 다가서는 태도다. 남을 섬기고 봉사하는 자세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 숨 가쁘게 달려오느라 잊고 살았을 뿐 우리 고유의 문화 속에도 이런 자세는 있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가 그 좋은 예다.

'좋은 성품 가꾸기'의 하나로 이러한 봉사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경기도가 선택한 키워드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다. 미국의 기업인 로버트 그린리프(Greenleaf)가 1977년 저서를 통해 명명한 서번트 리더십이란 타인을 위한 봉사에 초점을 맞추고 고객·종업원 집단을 우선하며 헌신하는 리더십을 의미한다. 도는 올해 상반기 중 경기미래복지재단의 협조를 받아 이 서번트 리더십에 기초한 '사회리더 양성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평생교육 지정대학과도 손 잡고 이 프로그램을 운영한 뒤, 수료자에겐 도지사와 해당 대학장 공동명의로 수료증을 발급해 준다.

서번트 리더십에서 강조하는 봉사정신은 사실 어떤 분야에서든 남 앞에 서는 사회적 지도자에게 더 필요한 자질이다. 때문에 교육 대상은 우선 시·도 공무원과 사회 지도층이 될 전망이다. 인재개발원과 협의해 서번트 리더십 교육을 과정 중에 추가하든지, 언제든 사이버 학습을 통해 접할 수 있도록 하려는 시도는 그래서 이뤄지고 있다.

물론 일반 도민들에게도 학습 기회는 돌아간다. 평생학습 포털시스템과 연계한 온라인 교육 기회를 부여한 뒤, 모범적인 사례를 뽑아 도지사가 표창을 하거나 사례집을 만드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마법카드 52장으로 미덕 일깨워

'좋은 성품 가꾸기'의 마지막 수단으로는 '버추 카드'(virtue card)란 생소한 도구가 등장한다. 버추 카드는 감사·근면·배려·이해·인내·창의성·헌신·확신처럼 사람의 여러 가지 덕목에 대해 좋은 문장이 적혀있는 카드다. 카드 52장이 한 묶음인데, 각 카드에 적힌 문장에 대해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스스로 그 미덕의 중요성을 깨닫도록 하는 인성 교육 프로그램의 하나이다.

고작 카드에 적힌 몇 마디 말로 사람이 달라질까 싶지만 효과는 놀랍다. 서울시 모범운전자연합회에서 이걸 도입한 결과, 택시 운전사의 친절도가 향상됐고 카드를 읽은 택시 승객이 들고 있던 이혼 서류를 찢어버리기도 했다. 가슴에 와닿는 몇 줄 글을 읽고서 이혼하려던 마음을 고쳐먹은 것이다. 서울 을지초교에서도 버추 카드 교육을 실시한 뒤, 문제학생에 대한 생활지도 건수가 20분의 1로 크게 줄어들었다.

경기도에서 이 버추 카드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은 올해 4월부터다. 우선 경기도 브랜드 콜택시인 'GG콜택시' 내부에 도입되는데, 콜택시 운전사 중 희망자 500여명을 뽑아 버추 카드를 놓고 승객과 대화하는 방법을 교육할 예정이다. 도는 그 성과를 측정해 보고 효과가 뛰어나면 민원상담실·교도소·경찰서·의료원·어린이집·학교·기업·가정으로도 버추 카드 보급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