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송년회인데, 계급장 떼고 다 얘기해보자" 송혜진 기자 enavel@chosun.com

푸른물 2010. 1. 29. 07:43

송년회인데, 계급장 떼고 다 얘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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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2.23 06:05

…부장님 말, 순진하게 믿었다간 경찰서 간다
취하면 같은 말에도 쉽게 흥분
불만 말했더라도 끝은 칭찬으로

광고회사에 다니는 김은형(28·가명)씨는 작년 송년회 생각만 하면 아찔하다. 팀원들끼리 술 한잔씩 마시고 흥이 오를 무렵 팀장이 "오늘만큼은 계급장 떼고 얘기해 보자"고 말을 꺼낸 게 시작이었다. 처음엔 쭈뼛쭈뼛하던 팀원들이 술 취한 김에 "사실은…" 하며 불만을 하나 둘 토로하기 시작했다. 김씨도 탄력을 받아 이렇게 외쳤다. "팀장님, 다 좋은데 험악한 표정으로 욕하는 건 인제 그만 좀 하세요!" 팀장은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이 욕 안 먹게 일을 해야 말이지."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연말 송년회, 상사들의 단골멘트는 "오늘 허심탄회하게 모든 걸 이야기하고 풀어 버리자." 하지만 전문가들은 "술 취해서 아무 말이나 하는 건 사회적 자살행위"라고 말한다.

술김에 풀자고? 정신 차려야 산다!

지난 18일 서울 송파경찰서는 송년회 때 "다 풀고 넘어가자"는 선배 말을 듣고 불만을 털어놓다 끝내 선배와 주먹다짐을 벌인 A씨를 입건했다. 경찰서측은 "연말에 송년회 회식하다 싸우고 경찰서까지 오는 건수는 해마다 20여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통쾌한 대화법'의 저자인 공문선 커뮤니케이션 클리닉 원장은 "상사들이 '응어리를 풀고 가자'고 구슬려도 순진하게 믿고 입을 열지 말라"고 충고한다. 상사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은 "대체 왜 그러셨습니까?"가 아니라 "그때 참 많이 배웠습니다"이기 때문이라고.

공 원장은 "같은 말을 들어도 술자리에선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며 "불만은 나중에 맨정신일 때 제대로 이야기하고, 술자리에선 일단 후배 입장에서 감사했던 경험 위주로 이야기를 꺼내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선배가 격의 없이 반말로 얘기하자며 '야자타임'(선배는 후배에게 존칭을 쓰고, 후배는 선배에게 반말을 쓰는 게임)을 제안해 와도 예의를 갖추는 것을 잊지 말 것. "똑바로 해!" "네가 그러고도 선배라고 할 수 있냐?"라고 말하는 건 분위기를 망칠 뿐 아니라 술자리가 끝난 뒤에도 후유증만 남긴다.

연세라온정신과의원 이성희 원장은 "술을 마시면 이성을 관장하는 대뇌 피질 부분이 마비돼 판단력이 흐려지고 남의 말도 왜곡해서 듣기 쉽다"며 "같은 말도 더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덕담할 때도 비교는 금물

덕담을 주고받는 게 좋다지만, 칭찬을 할 때도 전략이 필요하다. 디자인업체에서 일하는 서기용(34)씨는 "후배들이 많은 술자리에서 아무 생각 없이 한 명을 지목하면서 '여태까지 이렇게 착하고 일 잘하는 후배를 본 적이 없다'고 칭찬하자 나머지 부원들 표정이 굳어졌다"며 "칭찬을 할 때도 다른 사람들 감정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분위기를 띄운다고 "1등부터 5등까지 이상형을 꼽아 보자"는 식의 게임을 하는 것도 역효과를 부른다. 비교하는 농담은 언제나 뜻밖의 피해자를 낳기 때문이다.

그래도 말하고 싶다면 순서를 지켜라

그래도 꼭 하고 싶은 직언(直言)이 있다면 순서를 지켜서 말할 것. 공 원장은 "'박 부장님은 후배에게 냉정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고 말하는 것과 '박 부장님은 배울 점은 참 많지만 후배에겐 냉정한 분'이라고 말하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단점을 먼저 말하고 장점으로 끝을 맺어야 뒤탈이 없다"고 귀띔했다.

상사 입장에서도 지켜야 할 원칙은 있다. 무조건 "속마음을 말해 보라"고 하면 제대로 된 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상사 먼저 자기 고백을 하는 게 중요하다. 김성형 한국협상아카데미 대표는 "상사가 먼저 '사실 그동안 이런 점 때문에 답답하고 고민되는 게 있었다'라고 털어놓고 '그래도 여러분이 도와준 덕분에 위기를 넘겼다, 고맙다'라고 말해야 부하직원들도 마음을 움직이고 속마음을 말한다"고 말했다.

선배가 후배 마음을 헤아리고 보듬어주는 모습을 보이기 전엔 술이 아무리 들어가도 응어리를 풀 수 없다는 것. 결국 술자리보다 중요한 건 진심이란 뜻이다.

회식자리 '진상 그랑프리'는?
한 잔쯤은 괜찮다고? 고혈당 지속돼 병 악화…
송년회 2,3차 하기 좋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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