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영택 화백의 세계건축문화재 펜화 기행] 일본 우지 뵤도인 봉황당 [중앙

푸른물 2009. 8. 20. 10:01

김영택 화백의 세계건축문화재 펜화 기행] 일본 우지 뵤도인 봉황당 [중앙일보]

2009.04.30 01:01 입력 / 2009.04.30 01:07 수정

위엄 있는 좌우대칭 절집, 봉황이 나래 편 듯

교토 동남쪽 우지(宇治)시의 뵤도인(平等院) 봉황당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한국의 절은 수행공간이어서 너무 아름답게 지으면 흉이 됩니다만 봉황당은 차원이 다른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957년 전인 서기 1053년 당시 관백 후지와라 요리미치가 부친의 별장을 절로 개축하면서 지은 법당입니다.

뵤도인 봉황당, 종이에 먹펜, 41×58㎝, 2009.

본당 좌우에 회랑을 붙여 지은 모양이 봉황이 나래를 편 모습을 닮았다고 봉황당이라고 합니다. 회랑이 ‘ㄱ’자 모양으로 꺾어지는 부분에 사모지붕의 2층을 올려서 멋진 좌우대칭 건물이 되었습니다. 좌우대칭 건물은 아름다움과 함께 권위를 상징합니다. 청와대와 대법원 건물을 비교해 보세요. 2층은 용도가 없는 멋내기 건물입니다.

봉황당 자리에 일본인의 장기인 조경 기술을 한껏 발휘했습니다. 연못가에 자갈을 깔고 자연석을 박아 놓아 넓은 바다 한가운데 섬에 지은 건물처럼 보입니다. 1991년부터 12년간 발굴 조사한 결과에 따라 헤이안 시대의 사주(砂洲)정원으로 복원한 것입니다. 물에 비친 봉황당의 아름다움을 펜화로 표현하려고 무척 공을 들였습니다. 좌측의 다리는 헤이안 시대의 모습처럼 복원해 그린 것이며, 근래에 지은 건물들은 그림에서 삭제했습니다.

법당 용마루 좌우 끝에 청동으로 만든 화려한 봉황이 서 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해 기억을 더듬어 보니 부여 능산리 절터에서 출토된 금동용봉대향로 뚜껑의 봉황과 형제처럼 닮았습니다. 법당에 모신 아미타부처와 광배, 천장 닫집 등 모든 표면에 금박을 입혀 놓았던 흔적이 보입니다. 온전한 상태라면 얼마나 휘황찬란할까요.

광배에 붙인 12구의 비천상과 벽에 걸린 운중공양보살상(雲中供養菩薩像)을 자세히 살펴보세요. 조각 솜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52구의 공양보살 중 일부가 경내 박물관에 전시돼 있어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구름을 올라탄 보살상의 아름다움에 반해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