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어느 숲 속의 이야기

푸른물 2009. 7. 26. 08:11

 

어느 숲 속의 이야기 

 


조용한 숲의 정적을 깨면서

키 작은 상수리나무가 괴로운 듯 머리를 흔들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내  키는 너무 작아서 친구들이 나를 무시해"

잣나무도 빠질 수 없다는 듯

키 큰 잣나무가 느릿한 목소리로 어눌하게 말했지요.

"내 키는 너무 커서 친구들이 키다리라고 놀려"

소나무가 이에 질세라 끼어들며 말했답니다.

"내 몸이 뒤틀렸다고 친구들이 손가락질 해"

숲에서는 저마다 불만의 소리로 시끄러웠지요.

그 때  이름도 없는 풀이 일어나서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래도 당신들은 이름도 있고 나름대로 보람도 있지 않나요?

상수리나무가 키가 아주 작다고 해도  도토리로 다람쥐를 배부르게 하고

잣나무가 아무리 키가 크다고 해도 고소한 잣으로 다람쥐와 사람들을 기쁘

게 하고

소나무가 몸이 뒤틀렸다고 해도 좋은 목재로 인정받는데도

당신들이 가진 좋은 점은 보지 않고 굳이  안 좋은 것만 찾아서 불평을 하

는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군요. 그렇게 이름도 없는 풀이 말하자

상수리나무도 잣나무도 소나무도 어느덧 불만으로 찌그러진 모습은 사라지

싱글벙글 웃는 모습으로 서로 어울려서 즐겁게 춤을 추니

병들어가던 숲은 건강한 숲이 되어서 숲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고 합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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