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 / 청수
나는 처음에는 콩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목욕재계하고 맑은 물에 온몸을 맡기고 오랜 명상 후에
나는 펄펄 끓는 가마솥의 고통을 겪으면서
나의 완고하던 본래 모습은 사라지고
손가락으로 건드리기만 하여도 무너지는
한없이 물렁한 모습으로 환골탈태 하였다
나는 다시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숨도 쉴수 없는 답답함을 삼일이나 참고서야
내 몸의 진액이 끈적끈적하게 나오면서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하기 시작하면
절구에 들어가서 몸이 부서지도록 맞고 나서야
나는 청국장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는 고통을 참을 수 없어
독한 냄새로 호소도 해보지만
먹으면 마약처럼 헤어나지 못하게 하는 중독성으로
냄새를 무시하고 나에게 빠져드는 이유는
구수하다기에는 표현이 부족하고
감칠맛이 난다 기에는 투박한 맛으로
그런 오묘한 맛 때문에 냄새가 남에도 불구하고
나를 가까이 하는 것일 터인데
그것은 수많은 인고의 세월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