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신문보기
 |
본격적인 휴가 시즌이다. 아무리 경기가 어렵고 기름 값이 비싸다지만 1년에 한번 맞는 여름 휴가의 유혹을 비켜갈 순 없다. 1년간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 버리고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그러나 자칫하면 휴가가 독(毒)이 될 수 있다. 직장에서, 가사에서, 학교에서 해방됐다고 마음을 풀어 놓아 버리면 휴가 마지막 코스가 병원일 수 있다. 휴가지에서 조심해야 할 10가지를 정리했다.
1. 벌레-가렵다고 긁거나 침 바르면 2차 감염 위험
모기, 개미, 바퀴벌레 등에 물려 피부가 부풀어 오를 땐 가려워도 긁지 말고 깨끗한 찬물로 씻어주거나 얼음찜질을 하는 것이 좋다. 가렵다고 긁으면 세균 감염되거나 피부 색이 변할 수 있다. 침 속에 있는 약 1억 마리의 세균이 감염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침을 바르는 것도 좋지 않다. 우유나 소금물을 바르는 것도 좋지 않다.
가려워 못 견딜 지경이면 대신 알칼리성 용액인 암모니아수를 바르는 것이 좋다. 물 파스나 맨소래담도 가려움증을 덜어 주지만 염증을 가라앉히지는 못한다. 경우에 따라 맨소래담 등에 포함돼 있는 박하 등의 성분이 염증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물린 뒤 피부가 많이 붓고 노란 수포가 발생한다면 의사 처방을 받아 스테로이드제를 바르거나 먹어 염증반응을 억제시켜야 한다. 물린 부위를 긁어 2차 감염이 생기면 항생제를 써야 한다.
2. 비행기-인공눈물 사용해 안구건조 예방
귀가 멍멍하고 잘 안 들리며 때로는 통증이 오는 '항공 중이염' 증상이 나타날 때 코를 손으로 가볍게 잡았다 뗐다 하면서 숨을 코로 쉬거나, 껌을 씹거나, 물을 마시거나, 코를 막고 침을 여러 번 삼키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
비행기 안에선 눈도 괴롭다. 기내에선 습도가 낮아 안구건조증이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건강한 눈을 가진 사람도 안구건조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안구의 수분 증발을 막을 수 있는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시차 극복을 위해선 우리나라보다 동쪽으로 여행할 때는 평소보다 1시간 먼저 잠들고 깨는 습관을, 반대로 서쪽으로 가려면 평소보다 1시간 늦게 자고 늦게 깨는 연습을 보름 정도 하면 도움이 된다.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 예방을 위해 비행 중엔 신발을 벗고, 다리가 저려오면 즉각 발끝을 곧게 뻗었다 굽히는 동작을 하는 것이 좋다. 개복수술을 받고 열흘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비행 중 수술부위가 터질 위험이 있으므로 비행기 여행을 삼가는 것이 좋다.
3. 햇빛-물집·통증 있는 2도 이상 화상은 병원 치료를
흔히 '햇빛 알레르기'로 부르는 '광(光) 과민성 피부염'은 햇빛에 민감하게 반응해 얼굴과 목 등이 가렵고 피부발진이 생기는 질환. 붉은 반점과 화끈거림, 가려움증 등을 동반하고 심할 경우 수포가 생기거나 진물이 나기도 한다. 이런 사람은 최대한 햇빛 노출을 피해야 하며, 염증이 생겼을 땐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는 것이 좋다. 또 햇빛 차단을 위해 바른 자외선 차단제의 화학 성분이 오히려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확인 후 사용해야 한다.
강한 햇빛에 노출돼 '일광(日光)화상'을 입은 경우엔 얼음찜질이 가장 효과적이다. 가벼운 일광화상은 10분, 심한 경우엔 30분 이상 얼음찜질을 해야 한다. 물집이 생기고 통증이 심한 2도 이상 화상은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휴가지에선 자외선 차단제가 필수품목인데 외출 30분~1시간 전에 얼굴, 손, 귀 등 노출부위에 골고루 바르고 3시간 간격으로 수시로 덧바르는 것이 좋다.
4. 술-여름엔 더 빨리 취하고 숙취도 오래 가
피서지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술이다. 그러나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는 체내 수분 소실량이 많아 같은 양의 알코올을 마셔도 체내 알코올 농도가 더 급하게 상승하기 때문에 더 빨리 취하게 된다. 또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체온을 낮추기 위해 혈액 순환량이 늘어나면서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므로 간에서 알코올을 처리할 능력도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숙취도 심해진다.
2~3잔의 술은 혈액순환을 돕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그 이상은 숙면을 방해하고 심장에도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물질이 심장에 부담을 주고 심장수축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평소 주량을 넘는 음주는 '심방세동'이란 부정맥을 일으킬 수 있고, 심장 박동 수를 빠르게 늘리므로 예고 없이 '심장발작'을 유발할 수도 있다.
5. 땀-파우더의 화학물질은 땀띠 악화시켜
휴가지에서 땀을 너무 많이 흘리면 땀 구멍이 막혀 땀 배출이 억제되고, 땀이 나가는 통로(한관)나 땀샘이 터져 주위조직으로 땀이 새게 된다. 이것이 땀띠다.
땀띠 예방을 위해선 휴가 출발 시 땀이 차지 않게 옷을 헐렁하게 입고, 약간 차가운 물로 목욕을 한 다음 물기를 잘 닦아 시원하게 말려야 한다. 땀띠가 생겼다고 파우더를 바르면 파우더의 화학물질이 피부를 자극하고 땀구멍을 막아 땀띠를 더 악화시키므로 자연 건조시키는 것이 좋다.
영·유아의 경우 초기 땀띠엔 샤워를 자주 시키고 면 소재 옷을 자주 갈아 입히면 금방 낫는다. 하지만 염증이 심할 때는 시원한 물에 적신 수건으로 부드럽게 닦아주거나 칼라민 로션을 발라주면 가려움이 덜하다.
6. 귓병-귀에 벌레 들어가면 식초·알코올로 응급조치
휴가철 귓병은 대부분 세균 감염으로 인한 외이도염이다. 물놀이 후 물을 빼내기 위해 귀를 후비다 상처 난 부위에 세균이 감염돼 잘 생긴다. 물을 빼내려면 물이 들어간 쪽 귀를 아래로 하고 따뜻한 곳에 누우면 저절로 빠진다. 그래도 물이 안 빠지면 면봉으로 귀의 입구 쪽만 가볍게 닦아 내고 자연히 마르도록 기다리는 것이 좋다.
만약 귓병으로 귀 안이 붓고 진물이 흐른다면 병원에 가서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원래부터 만성 중이염이 있는 환자의 귀에 물이 들어가면 2차 감염으로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휴가지에선 벌레가 귀에 들어가는 일도 빈번한데 고막에 이상이 없는 사람은 식초·알코올·글리세린을 넣어주는 응급조치로 벌레를 죽일 수 있다. 죽은 벌레는 병원에 가서 제거하는 것이 좋다.
7. 눈병-휴가철 안구 감염, 평소 대비 15배 증가
휴가기간 안구 감염질환은 평소 대비 15배 이상 증가한다. 휴가지에선 높은 온도와 습도로 인해 박테리아가 서식하기에 좋은 여건이 되므로 눈병에 잘 걸리며, 유행성결막염(아폴로눈병)과 같은 전염병이 유행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눈병이 생겼다면 첫 1주일은 얼음찜질로 부종과 통증을 가라앉히고, 선글라스를 껴서 외부 자극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증상이 심하거나 2차 합병증이 생기면 진통소염제, 항생제 치료가 필수다.
눈병 예방을 위해선 외출 후 손을 깨끗이 씻고, 손으로 눈을 비비지 말아야 하며, 수영장이나 해수욕장에 다녀온 뒤에는 식염수로 눈을 씻어 주는 것이 좋다. 콘택트렌즈를 끼는 사람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휴가지에서 콘택트렌즈를 장시간 착용하거나 착용한 상태에서 물놀이를 즐기기 때문에 발병 위험이 그만큼 더 높다.
콘택트렌즈를 만질 때는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하며, 렌즈 착용 후에는 콘택트렌즈 전용 다목적 관리용액을 사용해 렌즈 앞뒤 면을 문질러 세척해야 한다. 렌즈를 착용한 채 물놀이를 한다면 물안경을 쓰는 것이 좋으며, 충혈되거나 따갑거나 시린 증상이 생기면 즉시 렌즈를 빼야 한다.
8. 섹스-성병 잠복기 1~2주… 휴가철 지나 환자 늘어
피서지에선 해방감·노출·음주 세 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흔히 말하는 '원 나잇 스탠드(처음 보는 이성과 성관계를 하는 것)'를 즐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피서지에서의 이런 무분별한 성관계로 휴가철이 지나면 임질, 비임균성 요도염, 헤르페스, 매독 등 성병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이 증가한다.
성병은 주로 약물요법으로 치료하는데 각 질환마다 치료법이 조금씩 다르다. 임질이나 비임균성 요도염, 매독과 같은 세균성 성병들은 항생제를 쓰고, 헤르페스와 같은 병에는 항바이러스제를 쓴다.
성병의 경우 대부분 감염 후 1~2주까지는 잠복기를 가지기 때문에 관계를 가진 후 1~2주 정도까지는 노란색 분비물, 소변 시 통증, 성기 사마귀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지 잘 관찰해야 한다. 휴가철이 끝나면 인공임신중절수술도 느는데 콘돔을 사용하면 성병과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할 수 있다.
9. 외음부 겨려움증-통풍 안 되는 비키니·스키니진 때문에 생겨
몸에 꼭 끼는 비키니나 스키니 진을 입으면 외음부 환기가 잘 안 돼 습진이 잘 생긴다. 이 때문에 휴가지에선 외음부부터 항문 주위까지 심한 가려움증이 잘 생기는데 이를 '외음부 소양증'이라 한다.
여성이 월경 주기와 겹친다면 땀과 생리 혈이 합쳐져 습진성 피부염도 잘 생기며, 무덥고 습한 휴가지에선 곰팡이 균에 의한 칸디다성 질염도 2배 가량 증가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남성은 특히 음낭이 축축하고 습해 음낭 밑 부분에 외음부 소양증이 잘 생긴다. 외음부 소양증에는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연고, 분무제 등이 주로 쓰인다.
예방을 위해선 외음부를 비누 없이 찬물로 세척하고, 조이는 바지나 합성 섬유로 만들어진 속옷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가려움증이 심하다면 잠잘 때 속옷을 벗고 자는 것도 한 방법이다.
10. 찰과상·염좌-가루 지혈제, 상처 잘 낫지 않게 만들어
흔히 '까졌다'고 표현하는 찰과상은 피부가 긁혀서 생기는 것으로 표피가 다양한 깊이로 소실되므로 소실 정도에 따라 더 쓰리거나 아플 수 있다.
찰과상을 입었다면 먼저 깨끗한 탈지면에 물을 적신 다음 상처 부위를 깨끗하게 씻어내고, 상처 부위를 소독한 후, 소독용 거즈를 붙이거나 붕대를 붙여야 한다. 피가 난다고 하얀색 가루로 된 지혈제를 바르는 일이 많은데 지혈제가 도리어 상처를 잘 낫지 않게 만들고 염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바르지 않는 것이 좋다. 피가 나지 말라고 상처 윗부분을 고무줄이나 끈으로 동여매는 경우도 많은데, 이것도 잘못된 처치법이다. 고무 등으로 묶으면 그 아래 부분에 혈액순환이 방해를 받아 심한 경우 절단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또 상처 부위를 소독 솜으로 막으면 솜털이 상처에 붙어 처치가 어려워지므로 거즈를 사용해야 한다. 상처가 가벼워 보여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더라도 자꾸 붓고 열이 난다면 감염 가능성이 있으니 병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흔히 '발목을 삐었다'고 하는 염좌(捻挫)가 생겼을 때는 압박붕대, 진통소염제, 얼음찜질이 응급 조치다. 그러나 계속 붓고 통증이 심하다면 병원 치료를 받아야 빨리 낫는다.
한편 휴가 갈 때 챙겨야 할 응급의약품은 해열진통제, 소화제, 제산제, 소염제, 항생제가 포함된 피부 연고, 소독약, 체온계, 붕대, 반창고, 핀셋, 의료용 가위, 솜 등이다. 통상적으로 알약은 개봉하지 않은 상태에서 2년, 일단 뜯으면 1년 이내 사용해야 하며, 연고제는 개봉 안된 상태에서 2년, 개봉 뒤엔 반년 이내에 사용해야 한다. 특히 구급함 키트 속에 든 의약품은 변질됐을 가능성이 크므로 유효기간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도움말=김양수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태윤 강남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 최형기 영동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 손동완 여의도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 장기홍 아주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여승근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신원철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수면센터 교수, 최광호 초이스피부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