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4-06-27 03:00:00 수정 2014-06-27 04:49:36

―김예강(1961∼ )
아파트 1층 화단
베란다 밖 어린 매화나무에
새가 둥지를 틀었다
꼭 아기 밥공기만 하다
사람 손 눈치 보지 않고
둥지 내려놓고 있는 새
새집 봐요 빨래 널다 말고
식구들을 부른다
아이는 엄마, 주거침입, 사생활침해예요 한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마침 새들이 둥지에 없어서 다행이다
없는 어린 새 깃털을 어루만지기라도 하듯 노모는
하던 일 계속하다 말고 쯔쯧 혀만 차신다
어디 둥지 틀 데 없어서
얼마나 급해서면 그 어린 게,
그 어린 게 쯔쯧쯔쯧
살림 차린 어린 연인
빈 둥지조차 따뜻한데
때는 새들도 둥지를 비우는 한낮, 아마 휴일일 테다. 화자는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다 말고 식구들을 부른다. “새집 봐요!” 도시에서 자기 집 화단에 새가 둥지 튼 걸 본다는 건 놀라운 사건이다. 놀라운 건 사람의 사정. 화자의 아이는 사람의 호들갑스러운 관심에 새가 불안해할까 걱정하고, 화자의 노모는 ‘어디 둥지 틀 데 없어서/얼마나 급해서면 그 어린 게’하며 혀를 차신다. 사려 깊고 따뜻한 사람들이다.
대도시에 살면 동물이나 식물이나 자연이 귀한 손님처럼 반가운데, 자연의 기가 승한 고장에서는 이기거나 물리쳐야 할 대상으로만 여기기 쉬운가 보다. 그래서인지 시골사람이 동물을 대하는 모습은 종종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냉혹하다. 어쩔 수 없는 입장이 있겠지만, 피터 싱어가 ‘동물해방’에서 강조했듯이, 이것만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동물도 사람처럼 고통을 느낀다는 것. 그 고통을 사람의 높은 지능과 자비심으로 최소화하자는 것.
황인숙 시인
'행복한 시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월(滿月) / 김정수 (0) | 2014.11.05 |
---|---|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 /메리 엘리자베스 프라이 (0) | 2014.11.05 |
거울에게 /황성희 (0) | 2014.11.05 |
연 /신미나 (0) | 2014.11.05 |
쌀 씻는 남자 / 김 륭 (0) | 2014.11.05 |